엄마소리

by 방구석여행자

나를 응원해 주고 사랑해 주는 소리, 내가 사랑하는 소리가 있었다. 너무 당연했던 나머지 그냥 흘러 지나갔던 그 소리. 이 책에는 엄마들이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요리를 해줄 때 났던 소리들에서 이제 할머니가 된 엄마에게 요리를 해줄 때 나는 소리들을 모아 만든 그림책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어른이 되기까지의 일생, 삶을 요리와 음식을 통해 보여주는 책이기도 했고, 또한 엄마가 한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 대한 삶을 요리와 음식을 통해 보여주는 책이기도 했다. 어렸을 때 엄마가 해줬던 음식, 결혼하고 친정집에 놀러 가면 엄마가 해주는 음식에 대해 떠올리며 엄마가 그동안 내게 준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고, 내가 받은 사랑을 나는 언제쯤 보답해 드릴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는 그림책이었다.


어렸을 적 워낙 음식솜씨가 좋으셨던 할머니 때문인지 어렸을 땐 솔직히 엄마가 만들어줬던 음식들이 대부분 맛이 없었다.


“엄마 음식은 맛이 없어. 엄마도 할머니처럼 맛있게 만들어줄 순 없는 거야?”


이런 말을 들은 엄마는 아마 상처를 받았을 것 같다. 그리고 엄마는 내 입맛에 맞추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셨다. 나보고 간을 봐달라 했었으니까 말이다.


“오늘 김치볶음밥은 맛이 어때?, 오늘 김치찌개 맛은 어때?”


엄마 음식은 늘 싱거웠고, 좋게 말하면 참 건강한 맛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적 기억나는 엄마 음식이 있다. 지금은 아란치니라고 불리는 주먹밥튀김. 그 당시에 나는 주먹밥튀김이라고 불렀었다. 각종 야채들을 다져 밥을 볶은 다음 주먹밥으로 동그랗게 만들어서 빵가루에 묻혀 튀겼다. 어렸을 적 처음 먹어봤던 그 주먹밥튀김은 겉바속촉 그 자체였기에 인상에 강렬하게 남았다. 그러나 어렸을 때 이후론 엄마가 해주지 않으셔서 맛볼 수 없었다. 성인이 된 지금도 엄마와 이야기한다. 어렸을 때 먹었던 음식 중에 주먹밥튀김이 가장 생각이 난다고.


생각해 보면 엄마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었다. 주먹밥튀김이라 불렀던 아란치니 외에도 중국집에서 고급요리로 손꼽히는 양장피까지. 엄마는 가족들에게 특별한 요리를 많이 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다. 중국집에서보다 엄마가 해주는 양장피를 더 먼저 먹어봤다. 개인적으로는 엄마가 해주는 양장피가 좋아하는 재료도 많이 들어있고 나에게 맞춤으로 해주셨기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점점 자라날수록 엄마의 요리에 길들여지게 된 걸까? 아님 엄마의 요리실력이 늘어난 것일까? 내 입맛이 점점 할머니의 요리보다 엄마의 요리가 더 맛있어지게 됐다.


성인이 되어 결혼하고 난 후 몇 년 동안은 엄마와 가까이 살았었다. 엄마는 맛있는 음식, 평소에 잘 먹지 못하는 특별한 요리를 하게 되면 꼭 내게 연락해서 나를 불렀다.


“딸, 오늘 비 와서 부침개 부쳤는데 와서 먹고 갈래?”


친정은 비 오는 날마다 부침개를 부쳐먹곤 했었는데 엄마는 잊지 않고 부침개를 먹으러 오라고 했던 것이었다. 이 외에도 동치미나 나박김치 같은 물김치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엄마는 물김치를 담갔으니 좀 가져가지 않겠냐고 연락이 오기도 했다. 그런 엄마의 연락은 항상 반가웠다. 엄마의 밥 먹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으면 바로 총총 걸어가서 먹고 오면 음식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무한한 신뢰와 사랑까지 먹고 온 것 같아 마음이 든든했다.


지금은 이사를 와서 이전보다는 훨씬 멀리 살고 있다. 당장 맛있는 걸 했으니 와서 먹고 가라고 연락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엄마는 아빠를 위해 맛있고 특별한 요리를 하시면 꼭 가장 먼저 나를 떠올린다고 한다.


‘우리 딸이 가까이 살았으면 와서 먹고 가라고 했을 텐데.’


부모님이 주시는 사랑의 소리가 온 마음에 전해진다. 요즘 친정에 한 번씩 놀러 가면 특별한 요리가 없더라도 엄마가 차려주는 밥과 반찬에 밥 한 공기로는 늘 부족하다. 최소 두 공기가 기본이다. 그냥 엄마가 해준 나를 향한 응원과 격려라는 생각에 뭐든 맛있고, 따뜻하기만 하다.


엄마의 사랑에 내가 보답한 적이 있었는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때는 고등학교 1학년 때다. 부모님이 잠깐 몇 개월 가게를 하셨던 적이 있었는데 엄마 생신이 다가왔다. 가게일로 바빴던 얼굴 보기도 힘든 엄마를 위해 특별한 걸 해드리고 싶은데 생신에 무얼 해드리면 좋을지 고민했다. 그때 인터넷으로 찾아봤는데 손수 밥과 국을 만들어드리는 깜짝 이벤트를 해드리면 좋을 것 같았다. 학교가 끝나고 밤늦게 직접 서툰 손으로 냄비밥을 짓고, 미역국을 끓어드렸다. 엄마는 더 늦게 오셨는데 늦은 밤에도 불구하고 딸이 직접 만든 밥과 국을 드셨다. 밥이 생쌀이 씹히는 것 같았지만 엄마는 고단했던 얼굴로 감동받으셨다며 참 맛있게 드셨던 모습이 생각이 난다. 그때 이후로는 엄마를 위해 따로 요리를 해드렸던 적이 있나? 하고 생각해 보니 딱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요리하는 것에 별 관심이 없고 요리를 잘 못하는 딸이라서 미안해요 엄마. 그래도 언젠가는 또다시 내가 받은 사랑에 대해 보답할게요. 늘 딸이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엄마에게 맛있는 한상차림 해드릴 그날이 올까요?


늘 뭐가 먹고 싶냐며, 먹고 싶은 음식 말만 하면 뭐든 뚝딱 해줬던 엄마의 사랑이 그려졌던 그런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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