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속도

by 방구석여행자

이 책은 내가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무렵 우연히 펀딩광고를 보고 알았다. 운명처럼 끌렸다고 해야 할까? 달리기에 관심이 부쩍 많아지고 갓 달리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을 때 알게 된 그림책이라 꼭 봐야겠다는 마음이 강했다. 내가 원래 좋아했던 그림책과 새롭게 흥미를 갖게 된 달리기의 만남이라. 그렇게 이 책과 나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이 책에는 마라톤대회 풍경이 나오면서 마라톤 대회를 처음 나갔을 때의 기억을 추억할 수 있었다. 저마다 워밍업을 하는 모습, 배번표를 달고 스트레칭했던 때, 달리기 시작 전 출발선상에 구름 떼같이 몰려든 주자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보면서 마라톤을 나갔을 때의 나로 돌아갈 수 있었다.


땅! 소리와 함께 나를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대회에 나가기 전부터 이런 수많은 사람들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꾸준히 달리기 연습과 함께 마인드컨트롤을 연습했다. 그동안 연습했던 대로 나만의 속도를 찾아가기 위해 노력을 했다. 처음 5킬로미터는 호흡과 페이스를 잘 유지하며 쉬지 않고 잘 달렸다. 나만의 속도로. 그러나 5킬로미터가 지나고 물을 한잔 마시면서 시간을 봤던 나는 5킬로미터를 생각보다 잘 달렸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해이해졌다. 그리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주변에는 나보다 빠른 사람들도 있었지만, 내 마음이 해이해져서 그런지 뒤처지는 사람들에 조금 더 눈길이 갔다.


‘내 뒤에도 사람이 저렇게 많은데 조금 걷다 다시 달려도 괜찮겠지?‘


그렇게 나는 무너졌다. 7.5킬로미터쯤에서 조금 걷기 시작했다. 조금 걷다가 다시 달려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가다듬고 달리기 시작했지만 초반에 연속으로 달렸던 것에 비해 달리다 걷다, 달리다 걷다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초반에 잘 달렸어서 그랬는지 처음 마라톤 대회를 나갔던 것 치고는 기록이 꽤나 잘 나왔다고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우쭐해졌다. 그리고 처음에 이렇게 기록이 나왔으니 다음번에는 연습하면 더 잘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덜컥 한 달 차이로 다음 마라톤 대회를 신청을 해버렸다.


두 번째 마라톤 대회. ‘더 잘 달릴 수 있겠지’라는 기대감과 그래도 처음보단 기록이 잘 나와야 한다는 부담감이 발바닥을 짓눌렀다. 처음 마라톤 달릴 때는 발바닥이 가벼웠으나 두 번째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면서 무리하게 기록단축을 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스트레칭도 잘 안 하고 무작정 달리기 연습만 하다가 발바닥에 탈이 났고, 그 결과 두 번째 마라톤 대회 결과는 아쉬운 기록이 나왔다.


물을 마시고 페이스가 말리는 문제점이 첫 마라톤에서만 처음이라 그런 건 줄 알았다. 그러나 두 번째 마라톤 대회에서는 물을 더 일찍 마시고 싶기도 했고, ‘잠깐 걸을까?’라는 유혹도 더 빨리 찾아왔었다. 그러고는 주변을 쳐다보았다. 주변에는 달리다가 나처럼 힘들었는지 유혹을 떨치지 못한 사람들이 잠깐씩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결국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조금 걷기 시작했다.


‘나만 걷는 게 아니잖아?‘


두 번의 마라톤 대회를 완주하고 나는 문제점을 파악했다.


‘달리다가 중간에 물을 안 마실 순 없고, 물을 마시고 난 후에도 계속 달릴 수 있도록 잠시 멈추고 싶은 유혹에 대해 대비를 잘해야겠다.’


어느덧 올해에만 세 번째 마라톤을 신청했다. 세 번째 마라톤 대회까지는 기한이 남아있는 만큼 즐겁게 잘 준비해서 문제점을 잘 극복하고 한계를 뛰어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워본다. 계속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즐겁게 달리다 보면 나만의 속도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직 두 번의 마라톤이 전부지만 숨이 턱턱 막히는데도 계속 달리고자 하는 나 자신을 보며 매번 한계를 뛰어넘고 있는 나에게 뿌듯함을 느낀다. 이게 바로 달리기의 매력이 아닐까? 달리기를 시작한 사람이 계속 달리는 이유 말이다. 이왕 시작한 달리기 인생, 꾸준히 계속해보련다.


이 책은 달리다가 이따금씩 달리기가 갑자기 지치고, 싫어지는 날이 올 때 나의 달리기 인생을 응원하고 격려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겉은 차갑지만 속은 따뜻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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