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우리가 하는 말 중에 가장 뭉클한 말을 떠올려보자면 단연코 “엄마”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이 그림책은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오직 나오는 글은 “맘마”, “엄마” 등 엄마를 표현하는 단어뿐. 엄마라는 말 옆에 그려진 그림이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처음에 글만 봤을 때는 별생각 없이 책장을 넘겼다. 그러나 그림과 함께 보면 볼수록 이 책의 진가가 드러난다. 마음이 동요하는 그림책이랄까? 그리고 이 책을 꼭 소리 내어 읽어보길 추천한다.
이 책을 두세 번 봤지만 소리 내어 읽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냥 속으로 읽었을 때와 확실히 마음이 달랐다. 그림이 그려진 상황에 맞춰 읽다 보니 내가 살아온 길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같은 엄마일지라도 상황에 따라 우리가 부르는 어조, 느낌이 다르다는 걸 말해준다. 처음에는 기어 다니는 아기 그림과 함께 “맘마” 로 시작한다. 우린 세상밖으로 나오기 전 엄마와 함께였다. 그리고 세상밖으로 나와 엄마와 주로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엄마를 인식하게 되고, 알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 ”엄마“ 또는 ”맘마“라는 단어로 말을 시작한다. 태어날 때부터 걸음마를 막 떼기 시작할 무렵, 친구와 함께 놀러 갔을 때, 혼자 자야 하고 무서운 꿈을 꿨을 때, 밥을 더 달라고 할 때, 기쁜 일, 자랑하고픈 순간을 공유하고 싶을 때, 엄마에게 비밀로 하고 싶었는데 엄마가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려고 했을 때, 엄마가 필요할 때 등 우리의 성장과정에는 늘 엄마가 있었다.
엄마는 나의 보호자이자 인생선배다. 나를 진심을 다하여 가장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 인생의 대소사,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기쁘고 슬프고 화나고 즐거울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 이름 또한 역시 엄마다. 나는 살다 보니 기쁜 순간에도 물론 엄마가 떠오르긴 하지만 힘들고 아프고 도움이 필요할 때 유독 엄마가 더 떠오른다. 참 신기하게도 엄마는 모든 걸 꿰뚫고 있다. 한 번은 엄마가 걱정할까 봐 힘들어도 이야기하지 않으려 했을 때가 있었다. 그렇지만 엄마는 나의 목소리만 듣거나 얼굴 표정만 봐도 다 알고 있다. 엄마란 그런 사람이다. 나를 가장 잘 이해하고, 가장 잘 알아주는 사람.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를 계속 목 놓아 불러본다.
이 책의 표지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바로 표지에 감긴 띠지. 처음 이 책의 표지를 봤을 때는 엄마와 할머니가 손을 잡은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할머니가 그려진 부분의 띠지를 들춰내면 한 아이가 엄마와 손을 잡은 모습이 그려진다. 띠지도 하나의 이야기 구성요소라 띠지도 버리면 안 되는 이유의 책이 되겠다. 내가 태어나 자라고 엄마를 보내고 나의 아이를 만나 내가 엄마가 되는 3대에 걸친 이야기.
나도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었다. 막상 엄마가 되어보니 나 자신보다는 아이를 더 먼저 생각하고 돌보고 신경 쓰느라 상대적으로 엄마에게도 소홀해진 부분이 없지 않아 있음을 느낀다. 엄마도 많이 생각한다고 하지만 엄마가 나를 생각해 주는 마음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다는 걸 늘 느낀다. 그러기에 내리사랑이란 말도 있는 거겠지?
늘 살아오면서 내 삶이 먼저였고, 하고 싶은 건 꼭 하고 살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인생이었던 내가 엄마가 된 후 달라졌다. 피곤해서 아침에 더 자고 싶은 날이 간혹 있다. 그런데 아이가 아침 일찍 일어나 배고프다고 하면 어느새 무거운 몸을 일으켜 아침을 준비한다. 내 아이에게는 몸에 좋다는 건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고, 좋다는 건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엄마란 자고로 이런 사람이다. 이 책은 많은 걸 쓰지 않았지만 ”엄마“라는 간단한 한마디와 그림으로 충분했다. 희생을 바탕으로 한 모성이 참 따뜻하다는 걸 알려주었던 그림책이었다.
“엄마, 결혼하고 아이가 있지만 더 신경 쓰이게 하는 것 같아 항상 죄송한 마음이에요. 네가 행복하면 다 됐다, 해 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해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이에요. 엄마란 다 그런 걸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