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보면 항상 자신만의 기준으로 물건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어야 했던 우리 아들이 생각이 난다. 자신이 생각한 기준에서 흐트러져 있으면 열일 제쳐두고 그걸 꼭 먼저 가지런히 정리해 둬야 다른 일을 할 수 있던 아이.
“그건 이따가 하고 이거 먼저 하자.”라고 옆에서 이야기해도 소용없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렇게 말하는 나조차 물건이 뜻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거나 뭔가를 잃어버린 경우 열일 제쳐두고 그 물건을 찾는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마치 우리 아이가 꼭 그때 정리를 해야 했던 것처럼. 이 책의 주인공 앙통이 드넓은 수박밭에 없어진 수박 하나에 집착하는 것처럼.
오와 열을 맞춰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던 수박밭에 어느 날 수박 하나를 도둑맞게 된다. 그때부터 앙통은 없어진 수박 하나만을 떠올리게 된다. 오죽하면 밤에 자면서 수박의 행방에 대해 꿈까지 꾸겠는가.
없어진 수박은 앙통의 뇌리에 계속 남았다.
‘그 수박이 있더라면 수박밭은 완벽했을 텐데.’,
‘그 수박이 가장 맛있었을 텐데.’
아침에 일어났는데 변한 건 없었다. 앙통은 수박밭 한가운데에 앉아 계속 지켜보았다. 한편으로는 수박밭 지키기를 그만하고 싶었다. 깊은 밤 길고양이들이 나타나 수박밭을 다 헤집어놓았다. 수박밭의 수박들이 여기저기 나뒹굴며 수박밭은 길고양이들의 놀이터이자 난장판이 돼버렸다.
다음날 아침 앙통은 엉망진창이 된 수박밭을 바라봤는데 수박들이 싱싱해 보이고 더 이상 없어진 수박의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앙통은 더 이상 허전하거나 슬프지 않았다.
우리 모두 살면서 물건이 없어진 그 당시에는 그걸 잃어버려 너무 속상하고 힘들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생각을 바꾸니 괜찮아지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건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을 떠나보냈을 때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항상 가지런히 물건을 정리해야 했던 아이도 시간이 지나 성장하니 요즘에는 물건이 어떻게 있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많이 무뎌진 것이라 생각하고 싶다.
“누구나 말로는 앙통을 위로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사랑과 정성을 쏟은 무언가를 도둑맞아본 적 없다면 잃어버린 것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밤낮없이 슬퍼해본 적 없다면 누구도 앙통의 기분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
사람들은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지만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함부로 말하기 어렵다. 결국 시간이 약이라는 말. 괜히 있는 말이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