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 해 겨울, 크리스마스가 되면 즐겨 찾았던 동인천역 북광장의 스케이트장. 인천의 옛 번화가로 불리는 동인천역 북광장에는 겨울만 되면 스케이트장이 개장되곤 했었다. 단돈 천 원 한 장으로 한 시간 정도 타면 오케이였다. 저렴하고, 동심으로 돌아가 신나게 즐길 수 있어 활동적인 나는 겨울만 되면 스케이트장 개장을 기다렸었다. 스케이트장을 떠올리니 남편과 결혼하기 전 약 4년간의 연애기간 중 생사를 오갈 뻔했던 추억이 하나 생각이 나서 글로 써본다.
지금의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에 우리는 겨울이 되고, 스케이트장이 개장하자 어김없이 스케이트를 타러 갔었다. 한 시간을 미친 듯이 즐겁게 논 뒤 배가 고파졌고, 쌀쌀했던 날씨에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 졌다. 갑자기 근처에 조금만 이동하면 따뜻하고 얼큰한 닭알탕 거리가 있어 남편에게 소개해주고 싶었고, 그 즉시 먹으러 가자고 재촉했었다. 처음 닭알탕을 접하는 남편은 약간 망설였고, 나는 분명 맛있을 거라고 걱정 말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동해야 했고, 걷는 걸 싫어하는 남편과 걷는 걸 좋아하는 나. 우리는 이동수단에 대해 갈등을 빚게 되었다. 남편은 버스를 타고 닭알탕 집으로 이동하고 싶어 했고, 나는 걸어서 이동하고 싶어 했다. 결국 내 고집을 꺾어내지 못했던 남편과 언덕을 넘어 걸어서 닭알탕 집을 찾아갔다. 언덕을 올라서 가는 도중에 눈이 내렸다. 갑자기 우리 앞에 가던 자동차가 미끄러져 헛바퀴를 돌았고, 하마터면 닭알탕을 먹으러 가다가 생사를 오갈 뻔했었다. 다행히 우리는 무사했고, 남편도 처음으로 닭알탕이라는 음식을 먹었었다. 소주를 부르는 맛이라며 너무 좋아했었고, 맛있게 먹었다. 닭알이라는 음식이 생소했는데 계란 노른자 같은 생김새에 씹을수록 고소한 맛, 얼큰한 국물은 안 좋아할 수가 없는 맛이라고 극찬을 했었다.
남편은 맛있게 먹고 나오면서 닭알탕은 맛있었지만, 하마터면 먹어보지 못했을 만큼 큰일 날 뻔했었다고 이야기했다. 겨울이 되고 날씨가 추워지니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처럼 스케이트장에 가서 신나게 스케이트도 타고, 뜨끈한 닭알탕 국물을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닭알탕을 생각하면, 생사를 오갔던 그 순간까지도 생각이 나서 더 애틋하다. 닭알탕은 우리 부부에게 그런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루빨리 스케이트 타고, 닭알탕 먹으러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