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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정 Oct 27. 2020

분리불안, 어쩌다 생긴 걸까?

#6-2

 달콩이의 분리불안 훈련이 가장 어려웠던 이유는 달콩이가 현관문을 너무 잘 구분한다는 사실이었다.


 달콩이에게 “기다려”라고 말하고 방문을 닫고 들어가도, 보이지 않는 최대한 멀리 멀어져도 달콩이는 잘 기다렸다. 심지어 내가 방 안에 문을 닫고 들어가서 1시간이 넘게 있어도 달콩는 괜찮았다. 이 모든 것을 잘 견디다가도 현관문만 열면 달콩이는 필사적으로 쫓아와서 문도 못 닫게 만들었다. 실랑이를 하다가 억지로 문을 닫고 나가면 달콩이는 더더욱 목놓아 울었다. 분리불안에 좋다는 노즈워크를 해주고 나가니 처음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본인이 정신이 팔린 사이 내가 나가버렸다는 사실에 달콩이는 배신감과 분노를 몇 배는 더 크게 느끼는 듯했다. 그 이후로는 노즈워크를 해주어도 효과가 전혀 없게 되었다.

 분리불안은 우리 식구들에게도 괴로운 일이지만 이웃집에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일이기에 더더욱 마음이 힘들었다. 우리 부부는 나름 가의 블루투스 스피커를 가지고 있음에도 음악을 틀지 못할 정도로, 이웃에게 피해 주는 것을 극도로 꺼려해 왔다. 그래서 나는 CCTV 너머로 짖고 있는 달콩이를 볼 때마다 앞 집, 아랫집, 윗집을 떠올리며 입으로 손톱을 가져가 까득까득 뜯곤 했다.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앞 집 아주머니께 달콩이가 짖어서 너무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다행히 그녀는 우리 집이 더 시끄러우니 절대 마음 쓰지 말라며 손사래를 치셨다. 앞 집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돌고래 창법으로 소리를 질러대는 어린 남매가 산다. 그 사실이 차라리 다행이라고, 우리 부부는 생각했다.
  
 어찌 됐든 우리는 인터넷에 나와있는 분리 불안 훈련들 중 가장 하기 싫지만 가장 효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방법을 비장의 무기로써 택했다. 방법은 아주 쉬웠다. 그저 달콩이를 없는 존재처럼 무시하는 방법이었다. 분리 불안이 주인과의 잘못된 애착 관계로부터 생긴다는 사실로부터 착안한 훈련이었다. 하지만 이는 말로만 쉬운 일이었다. 요 퐁실퐁실하고 귀여운 생명체가, 발 꽁무니를 졸졸졸 따라다니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데, 자꾸만 우리 앞에서 뽀얀 배를 뒤집는데, 삑삑이 장난감을 물며 구슬픈 소리를 내는데, 안 그래도 억울하게 생긴 눈으로 불쌍하게 쳐다보는데! 어찌 모르는 척을 하겠냐는 말이다. 그래도 마음을 굳게 먹고 하루 정도 최대한 달콩이를 투명견 취급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는 밖에 잠깐 나가보았는데, 달콩이는 짖지 않았다. 하지만 겨우 하루를 성공하고서 나는 결국 눈물을 터트렸다.
 “오빠. 나 이거 못하겠어. 못해. 안 할래.”
 그건 홍군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인터넷에 나와있는 분리불안 훈련을 따라 하는 것은 미뤄두기로 했다. 당장은 내가 출근을 하지 않으니 오랫동안 집을 비울 일도 없었다. 오래 집을 비우게 될지도 모르는 그 날까지, 차근차근해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달콩이의 성향에 집중하며 천천히 이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었다.


 “내가 외출하는 게 왜 그렇게까지 서러울까?”
 둘이 하루 종일 붙어있는다는 문제도 분명 있겠지만, 어쩐지 내가 나가는 과정이 달콩이에게 너무 자극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우리 집은 20년이 지난 아파트로 현관문이 아주 뻑뻑하다. 문을 힘껏 누르면서 닫아도 자동 잠금이 안되어 ‘삐뽀삐뽀’ 소리가 나기 일쑤다. 안 그래도 달콩이는 귀가 토끼처럼 쫑긋 서있어서 소리에 예민한데, 문을 여닫는 과정에서 너무나도 많은 소리가 나는 것이다. 띠리링, 번호 키를 여는 소리부터 시작해서, 끼이익, 꾸이익, 쾅, 삐빅삐빅, 뜨-든. 뭐 이런 소리들 말이다. 엄마가 자기를 두고 나가는 것도 슬픈데 문까지 요란하게 닫고 가버리니 더욱 서러워지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달콩이가 가지 말라고 신발장까지 쫓아 나올 때면 나는 나오지 못하게 급히 문을 닫곤 했다. 그마저도 문이 뻑뻑해서 느리게 닫히면 달콩이는 어느새 현관문 틈새를 지나 복도까지 나와있었다. 그 좁은 복도에서도 달콩이는 얼마나 잽싸게 도망 다니지. 그렇게까지 싫다는 달콩이를 억지로 잡고, 안아서, 집에다 넣어두고는, 엄마는  가버렸으니. 달콩이 입장에서는 서러울 수밖에 없을 일이었다. 그러니 엄마가 떠난 자리에서 그렇게나 서럽게 “아우우~” 소리를 내며 울었겠지.

 고민 끝에 우리는 신발장 앞 쪽에 안전문을 설치했다. 내가 현관문을 열고 나가도 졸졸 따라와서 보챌 수 없는 환경이 되자 달콩이는 금방 체념하는 듯했다. 실랑이하는 과정이 사라지고 나니 달콩이 혼자 집에 남아있어도 하울링을 하거나 불안해하는 모습이 다소 줄어들었다. 이렇게 안전문 설치만으로도 효과를 보았지만, 나는 달콩이 귀가 예민하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초점을 맞추었다. 바로 외출할 때 나는 모든 소음을 최대한 작게 만드는 것이었다. 안전문을 열고 닫을 때도, 신발을 신을 때도,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럽게, 그리고 소심하게 행동했다. 게다가 번호키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잠금이 풀리지만 그 소리마저도 나지 못하게 수동으로 잠금을 풀었다. 문을 열 때도, 문을 닫을 때도 최대한 살포시, 슬그머니, 느리게 행동했다. 이렇게 행동한 뒤로 신기하게도 달콩이의 분리 불안은 거의 사라졌다. 타인이 일러주는 방식만 따르기보다 달콩이 성향 그 자체에 집중한 덕이다.


 아직 5시간 이상 혼자 있어본 적이 없고, 엄마 아빠를 기다리느라 문 앞에서 잠만 잔다는 사실은 마음이 아프지만 그 역시 차근차근 훈련을 하다 보면 나아질 거라고 믿는다. 요즘은 외출 전에 방 곳곳에 간식을 조금씩 숨겨두곤 하는데, 현관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소리까지 들리고 나면 달콩이는 신나게 방을 뒤지면서 간식을 찾는다. CCTV 너머로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어휴, 우리 달콩이 기특하다!”라며 감격한다. 달콩아, 앞으로 우리 없이도 더욱 신나게 놀아줘. 제발.



#6-3에서 계속됩니다.



토끼같은 귀를 가진 달콩, 진짜 토끼를 만나다
빼꼼 달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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