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스 출판사에서 책 소개와 서평을 정말 잘 써주셨어요. 처음에 읽고 찡-했답니다. 앞으로 브런치에 <방황의 조각들> 관련 글을 종종 올릴 예정인데요. 첫 소개글만큼은 출판사의 말을 빌려서 올려봅니다.
책 소개
이렇게 떠돌이 신세나 되자고 열심히 산 게 아닌데… 나, 아직도 방황하고 앉아 있네
화학 연구원인 저자는 보통의 직장인으로 한곳에 오래 정착하는 평범한 삶을 꿈꿨다. 실험하느라 뭉개져 버린 지문 때문에 모바일 지문 인증은 애저녁에 글러 버렸지만, 괜찮았다. 각종 화학 물질을 내뿜는 연구실에서 부대끼다가 위산이 역류하고 헛구역질을 해도, 그래도 괜찮았다. 기계 사이로 팔이 낄 뻔한 위험한 상황을 여러 번 넘기며 일했지만, 그것마저도 괜찮았다. 꿋꿋하게 버텼다. 자신의 길이라고 굳게 믿었으니까.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하며 버텼는데 남은 건, ‘네 번의 퇴사’였다. 더 이상 괜찮지 않았다. 열심히 하면 되는 거 아니었나? 열심히 했는데 왜 자꾸 날 밀어내지? 이 정도로 안 되는 거면 내 길이 아니었던 건가.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일뿐인데… 그나저나, 사춘기도 아니고 30대에 이런 고민을 해도 되는 건가? 나 왜 아직도 방황하고 앉아 있지?
이 책에는 30대 화학 연구원의 방황기가 담겨 있다. 그 속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이제 그만 때려치워야지 하면서도 통장에 찍힌 많지도 않은 월급에 마음이 풀리고, 여기 아니면 갈 데가 없냐며 사직서에 손을 뻗었다가 그만두면 어디로 가지 하며 전전긍긍하는 우리네 보통 인생 말이다. ‘평범한 인생’은 말하기는 쉽지만, 실현하기는 절대 쉽지 않다. 그 쉽지 않은 삶을 살아내는 우리는 어쩌면 계속 방황 중일지도 모른다. 외롭고 불안하고 두려울 그 방황의 길 위에서 만난 이 책이, 당신의 따뜻한 친구가 돼줄 것이다.
출판사 서평
최종 결재는 언제쯤 진짜진짜진짜최종수정.jpg 같은 내 인생
누구나 처음에는 자신의 인생이 한 번에 잘 정리될 것만 같다. 하지만 살아 볼수록 인생은 자꾸만 수정되는 결재 서류처럼 도무지 최종본이 보이질 않는다. 기획 의도와 다르다고, 잘했지만 조금 부족하다고,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데도 그냥 내 맘에 들지 않아서. 인생은 수정에 수정, 진짜 최종 수정, 진짜 진짜 최종 수정을 위해 여러 사람의 손을 떠도는 결재 서류처럼 ‘완성’이라는 최종 결재를 받기가 쉽지 않다.
저자의 인생도 그랬다. 책을 읽다 보면 ‘열정’과 ‘노력’과 ‘성실’을 빚어서 사람으로 만들면 아마 저자의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다가도, 떠돌이 위성처럼 방황하는 자신의 인생을 ‘평범’하고 ‘안전’한 궤도로 끌고 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날들을 보다 보면 언제쯤 ‘인생’이 저자에게 최종 결재 사인을 해줄지 안타까움도 든다.
비자발적 방황에서 자발적 방황으로
하지만 결코 이 책은 방황하는 한 인간의 좌절과 실패만을 담고 있지 않다. 저자는 방황하는 중에도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고, 마음을 돌보고,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방법을 스스로 익히며 점점 단단해지는 과정을 착실하게 겪어낸다. 그 모든 순간을 쓰고 수정하고 다시 쓰고, 수정하고 다시 쓰고를 수없이 반복하며 원치 않았던 비자발적 방황에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발적 방황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세상이 자신을 밀어낸다며 아파하던 저자는 이제 밀어내는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떠돌 준비를 마쳤다. 그러면서 이 책을 통해 어쩌면 방황했던 인생의 한 페이지가 정리될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기대를 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분명히 알고 있다. 이 책이 완성되어 세상에 나오고 나서도 인생은 최종본이 아니라 또다시 ‘진짜최종수정’이란 이름 뒤에 무수한 숫자들을 달고 계속 수정될 것이라는 걸. 그리고 또다시 그 과정에서 부딪히고 상처 입으며 좌절감과 우울함을 안고 방황하다가 다시 자신만의 궤도로 돌아와 정답이 없는 수정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걸.
그래서 저자는 오늘도 글을 쓴다. 오늘도 내일도 방황하며 계속 수정될 자신의 인생, 그리고 이 책을 함께 해줄 당신의 인생을 응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