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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가족 Feb 08. 2024

도서관으로 놀러 갈까요?

[기고]월간 에세이

함께 읽을거리



도서관 여행자

언젠가부터 방문하는 도시에서마다 도서관을 찾아다니고 있다. 오랜 기간 정주하는 고장이든, 아니면 단 몇 시간을 거쳐 가는 곳이든, 목적지를 정하고 나면 그곳의 지명과 ‘도서관’이라는 단어를 조합해 검색부터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왜 하필 도서관일까?


읽는 즐거움에서

어린 시절부터 나는 책을 좋아했다. 읽던 책을 손에서 놓기 싫어 식탁 앞까지 끌고 갔다가 밥 먹는 데 집중하라고 꾸중을 들은 적도 많았고 피아노 연주를 즐기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학원에 재미있는 책들이 많다는 이유로 몇 년 동안이나 군말 없이 피아노를 배우러 다니기도 했다. 기억을 더듬어 보건대 부모님도 독서를 즐기는 분들이셨다. 어린 시절 함께 사시던 할머니도 아침마다 신문을 펼쳐 두곤 돋보기안경을 낀 눈으로 천천히 글을 읽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 걸 보면, 무언가를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나의 삶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던 것 같다.


쓰는 즐거움으로

꽤 오랫동안 한국 작가들의 문학 작품을 외국어로 번역, 출간해 해외의 독자들에게 알리는 일을 해왔다. 어릴 적부터의 취미가 직업으로까지 이어지는 복을 받은 셈이다. 그런데 읽는 삶을 지속해오다 보니 문득, ‘나도 한 번 글을 써볼까?’라는 생각이 고개를 드는 게 아닌가. 그렇게 글과 사진을 기고하기 시작한 것이 벌써 십 년을 훌쩍 넘겼다. 배우자의 해외 파견을 계기로 어쩔 수 없이 퇴직을 하고 그것을 기점으로 쓰는 삶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래, 내가 가장 행복하게 쓰고 있는 글은 다름 아닌 세계의 도서관 방문기다. 여행도 즐기고 책도 좋아하니 그 둘이 교집합을 이루는 곳은? 바로 도서관이었기에.


우리 함께, 도서관으로 놀러 갈까요?

얼마 전 사이프러스 여행길, 그곳에서도 우리 가족은 어김없이 도서관에 다녀왔다. 대학 도서관이어서 그랬는지 내부는 공부에 열중한 학생들로 가득했다. 그 풍경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그것은 초등학교 저학년인 내 아이에게도 마찬가지였던가 보다. 형, 누나들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던 아이는 대학교에 가면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묻더니 자기는 나중에 크면 어떤 어떤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어느덧 훌쩍 자란 것만 같은 그 모습을 바라보노라니 흥미는, 그리고 습관은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시간 여유가 부족한 여행지에서조차 방문 일정에 도서관을 넣어야 되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도서관 관계자들을 인터뷰하는 사이, 남편과 아이는 각자 그 공간을 즐기기도 했지만 매번 그런 것은 아니었다. 특히 아이가 어렸을 때일수록. 그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이제는 그 맘, 조금 접어도 될 것 같다.


엄마로서 내가 아이에게 전해줄 수 있는 물질적 유산은 많지 않다. 하지만 도서관을 여행하듯 방문하는 경험을 통해 얻게 될 책을 가까이하는 마음, 그리고 책 안에 담긴 넓고 넓은 세계를 찾아 스스로 탐험하고자 하는 마음을 아이에게 물려줄 수만 있다면,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기고처]월간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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