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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Feb 26. 2017

퇴사일기 #18. 여행은 스펙이 아니다

5월 31일 독일 하나우에서


한창 취업준비를 했던 2009-10년 쯤,


합격자소서를 읽다보면 나왔던 특이한 이력.
한복입고 유럽여행, 또는 적은 돈으로 세계일주.
당시에는 우와 대단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이란 부러움 뿐이었다.
나에게는 왜 이런 스펙이 없을까하며.

하지만 요즘은 누가 더 많은 국가를 여행해 봤는가,
누가 무전으로 더 오래 여행을 버텼는가,
누가 더 고생해서 워킹홀리데이를 했는가,
내가 한복을 입고 세계여행을 하며 한국을 알렸다,
라는 것이 흔한 자소서의 일부분이 되어 버렸다.

내가 유럽여행을 하다 보면 만나는,
20대 젊은 친구들의 대화는 주로 이랬다.

며칠 여행 하세요?
어디어디 가셨어요?
거기 가보셨어요?
거기 왜 안가셨어요?
거기 진짜 좋아요!
꼭 가셔야 해요!

내가 하는 여행이 유럽여행의 진리이며,
내가 가본 곳이 유럽의 제일이며,
거길 안 가봤으면 네가 하는 여행은

유럽여행이 아니라는 자랑식의 논리.

왜 여행이 자랑거리가 되었으며 스펙이 되었을까.
그 안에서 성장하고 깨달은 게 있고
나를 위한 시간일 뿐이지,
자소서의 한줄을 위한 스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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