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9일 독일 브레멘에서
무려 11년 전,
한 달 여간의 호주 동부 여행이
내 생애 첫 배낭여행이었다.
그때는 와이파이는 커녕
핸드폰으로 인터넷도 안되던 시절이라,
가이드북과 거기에 딸린 큰 지도만이
내 손 안에 있는 유일한 정보였다.
내가 원하는 루트를 짜면 그에 맞게 여행사에서
숙소, 교통편, 액티비티까지 예약을 해줬고,
그 곳에서 준 종이 바우처를
목숨보다 소중히 간직하며 여행을 해나갔다.
종이 바우처는 그야말로 생명줄이었다.
가이드북과 지도가 너덜너덜 걸레짝이 될 때까지
보고, 외우고, 또 보고.
왜 그렇게 형광펜까지 쳐가며 공부(?)를 했는지.
계획도 없이, 지도도 없이 낯선 동네에 와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구글맵을 키는 나와
길거리 중간에서 너덜너덜한 지도를 펴서 보는
10년 전의 내가 문득 오버랩 된 오늘.
세상이 너무나도 좋아져
안 잊어도 될 아날로그의 맛을 홀딱 잊어버렸다.
10년 후의 나는 어떤 여행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