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혼자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건 결국 멍때리기다.
멍때리기의 첫번째 수칙!
스마트폰은 멀리한 채 내 주변을 둘러싼
사소한 주제를 정해 생각하는 시간 갖기.
오늘의 주제는 나의 인간관계다.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
전화번호부를 쭉 훑기 시작한다.
저장되어 있는 사람은 약 730명 가량.
우선 업무상으로 만난,
이름 앞에 #이 붙어 저장된 사람들 삭제.
근 3년간 연락이 없었던 사람들 삭제.
이렇게 쭈욱 삭제하고 보니 남은 사람들은 380명.
우와!
나 정말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구나.
새삼 지난 5년간 회사에서의 일들을 포함해
지난 20대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유난히 인복이 많은 것 같다고
주변에서 듣기도 많이 들었고
스스로도 항상 그렇게 생각했었던
나의 소중한 인간관계.
전화번호 하나 지우는 게 뭐가 대수냐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그 인연이 영영
끊어지는 것 같아 쉽사리 '삭제' 를 못 눌렀다.
역시 난 전형적인 소심한 에이형이 맞나봐.
그래도 괜찮아 나에겐 아직 380명의 인연이 있고,
앞으로 또 좋은 인연이 계속 생길테니.
여행 중 만나는 인연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