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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Mar 27. 2017

퇴사일기 #40. Collection

9월 16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사건의 발달은 이랬다.
스물 한살, 워킹홀리데이로 떠난 호주.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토종품 면세점에서

알바를 했었다.
한국에 돌아오게 되면서 그곳을 관둘 때 난,

그곳에서 팔던 양털 이불이나 태반 크림과 같은
주요 판매 아이템이 아닌,
오페라 하우스가 안에 쏙 들어가 있는
시드니 스노우볼을 하나 사왔다.

그 오페라 하우스를 시작으로
여행 간 도시마다 스노우볼이 보인다 싶으면
사는 것이 하나의 여행 to do list가 되었다.


그동안 사지 않은 경우가 있다면
작은 사이즈가 없고 너무 큰 사이즈만 있을 때,
너무 비쌀 때(이번에 스위스 취리히에서 그랬다),
디자인이 그 도시와 전혀 무관한 것일 때,

정말 파는 곳이 보이지 않을 때(일본!!!),

그리고 나의 첫 유럽 여행지라

너무 긴장해서 까먹었던 프랑스 파리.


스노우볼의 살 때의 조건도 있다.
반드시 도시 이름이 박혀 있어야 하고
그 안에 도시의 랜드마크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샀던 가장 싼 스노우볼은 3유로,
가장 비쌌던 건 9유로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내가 여행을 갈 때마다 스노우볼을 사니
한 친구는 어차피 다 made in china가 아니겠냐며
중국에 가서 전세계를 다 사라는 농담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고이고이 모은 스노우볼이
자그만치 벌써 30개를 훌쩍 넘었고,
진열장 자리가 부족해 어디다 진열해야 될지
고민 아닌 고민을 할 정도가 되었다.

여행을 하며 뭔가 모은다는 건  
참 소박하면서도 추억이 깃드는 일이다.
옛날엔 마그네틱을 하나하나 모아
냉장고에 붙이는 게 참 자랑스러운 수집이었다면,  
요즘엔 나처럼 스노우볼이나 엽서를 모으거나
혹은 맥주병 뚜껑을 모으기도 하고
여행지마다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어
자신만의 독특한 인증을 모으기도 한다.

전세계 도시를 우리집에서 한 눈에 보는
그 날을 꿈꾸며 난 오늘도 스노우볼을 산다.




시간을 거슬러 중세시대로 들어온 듯한 스트라스부르


스트라스부르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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