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 일상으로의 귀환
200일이 흘렀다.
내가 없던 이곳의 시간은
전혀 흐르지 않았던 것처럼,
모든 것은 '여전히'였다.
여전히 그들은 피로했고 힘들었으며,
여전히 시장은 안 좋았고(오히려 악화됐고)
여전히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었다.
침대 위 내 베개도, 내가 앉고 자던 핑크순이까지.
그 여전함을 벗어났던 나는 처음 계획처럼
정말 오롯이 나에 의한, 나를 위한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해봤고
다시 오지 않을 오늘 그 시간만을 생각하며 지냈다.
7개월간의 습관인 매일 밤 잠들기 전 하던 생각들.
내일은 어디를 가야할지,
어디서 자야할지,
어떻게 이동해야 할지,
삼시 세끼는 뭘 먹어야 할지,
돈은 얼마나 써야할지
이제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돈을 내지 않아도 하루종일 머물 곳이 있으며,
삼시 세끼 따뜻한 밥을 그것도 공짜로
배불리 먹을 수 있으며,
늘 그랬듯 교통카드 하나만 들고 나가도 된다.
단 이틀 같았던 200일간의 휴식은
앞으로 내 인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