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0일, 힐링의 한해를 마치며
여행하면서 한국인들을 만났을 때,
모두 내게 궁금해 하던 한가지.
과연 저 사람의 여행 자금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건가.
묻지 않았던 사람들은
으레 내가 금수저구나 짐작했을테고,
실례지만..서도 굳이 물었던 사람들은
내 대답을 듣고
아하! 멋있다며 대단하다며 치켜세운다.
나는 금수저도 아닌,
그리 대단할 것도 아닌,
단지 내 퇴직금 탈탈 털어 청춘을 즐길 뿐인데.
언젠가 어느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한효주가 이런 말을 했더랬다.
지금 내 상황이, 처지가 감정까지 누릴 수 없어
연애는 사치라고.
세상엔 돈이 없어서, 정말 돈이 없어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다.
오죽하면 삼포세대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그렇다고 하지 못하란 법은 없다.
간절히 원한다면, 포기하지 않는다면,
좀 늦더라도, 우회하더라도,
반드시 할 수 있게 된다.
내 20대, 10년을 돌이켜 보면
스무살이 된 후 단 한 달도 아르바이트를
쉬어본 적이 없었다.
학자금은 부모님이 소중히 내 주신
1학년 1학기 이후로 졸업 때까지 대출을 받았고
생활비를 위해 영화관, 카페, 사무보조는 기본,
그렇게 알바해서 틈틈이 모으고 모은 돈으로
호주가는 비행기 표를 마련했다.
호주에서의 생활비는
스시 레스토랑과 면세점에서의 파트타임으로.
복학해선 또 생활비를 위해
옷가게, 화상강의, 길거리에서 쿠폰북 돌리기,
학원 강사, 행사요원, TM, 과외, 예식장,
심지어 쏠쏠한 일급에 남자들도 힘들다는
단기 택배 알바까지 했다.
그래서 취직 후 가장 먼저 해보고 싶던 것이
바로 그토록 꿈꿨던 유!럽!여!행!
이 얼마나 꿈꾸던 순간인가........
비록 내 힘 내 돈으로 이루느라
남들보다 몇 년 늦었지만 해냈다는 성취감에
그 유럽은 나에게 빛의 세계였고,
내 인생의 감동이었으며,
결국 내가 여행왕을 꿈꾸게 하는 계기가 됐다.
여행은 금수저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원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