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결정하고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상상만 해도 행복하고 심장이 두근두근 설렌다.
하지만 설렘은 설렘일 뿐,
현실을 생각하자면 다음 휴가나 기다릴 뿐이다.
sns엔 퇴사 후 여행을 떠나는 이들 천지인데
난 왜 그럴 수 없는걸까.
도대체 그들은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길래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길래
과감히 퇴사까지 하고 여행을 하는걸까.
여행을 다녀와서는 뭘 하는걸까.
요즘 서점에서 잘 팔리는 여행서적을 보면
퇴사 후 여행이라는 테마가 참 많다.
내 삶을, 내 청춘을 찾아 떠나는 과정이
부럽기도 하고 대리만족도 되지만,
다 읽고 나면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든다.
왜 그런가 한참을 생각해봤더니
여행을 다녀온 그 다음 이야기가 없다.
현실로 돌아온 후 얼마나 더 행복한가에 대한
이야기가 없이 책이 끝나버리니
대리만족이 되다가 그 감흥이 끊겨버린다.
여행을 다녀와 어떻게 삶이 변화됐는지
난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구!!
내가 본 여행기의 작가들을 보자면
팔팔한 청춘인 대학생이거나,
직업 자체가 여행작가이거나,
퇴직한 30대의 직장인(혹은 부부)이었다.
특이한 점은 퇴직한 사람들의 전 직업이
나 같은 평범한 회사원(!)은 없다는 점이었다.
그 말인 즉슨,
그들은 여행을 하고 와도 생계를 위해
돌아갈 곳이 있다는 뜻이다.
반면, 그들의 퇴사 결심과 여행을 떠날 용기에
과도하게 감정이입이 되어
퇴사하겠어! 나도 떠나보겠어!
마음을 먹었던 나는 그들과 달리
돌아갈 곳이 없었단 사실을 간과하고 말았다.....
하지만 돌아갈 곳이 없었기 때문에
여행하는 동안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더 많이 생각하고 연구한 건 아닐까.
돌아갈 곳은 없었지만
다행히 새로 가야할 곳은 찾을 수 있었다.
퇴사해 본 이의 퇴사에 대한 결론.
당장 이직이 아닌 퇴사를 할 땐
내가 돌아갈 곳이 있는지 확인해두자.
돌아갈 곳이 없는 채 이미 관뒀다면
앞으로 내가 갈 곳을 찾으면 된다.
그리고 행복해지면 된다.
퇴사도 이직도 여행도
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