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보기 시작해 이내 완전히 빠져버려 정주행 했다.
(선자가 주인공이지만) 나는 자연스레 선자의 손자인 솔로몬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봤다. 나로서는 이국땅의 외국계 회사에서 유일한 한국인 직원으로 살아가는 중년남의 처지에 더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끝까지 땅을 팔지 않는 할머니의 서명을 받아내야 하는 회의에서 그렇게 말하면 해고당할 걸 알면서도 솔로몬이 할머니에게 “(서명)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이전까지 오직 자본주의 게임의 룰에만 순종하며 살아온 솔로몬이 각성하는 순간이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은 그가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춤추는 장면을 보면서는 나도 함께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는 전부 매력적이다. 부드러우면서도 억세고, 강인하면서도 지혜로우며, 유연하면서도 끝까지 소신을 지킨다. 특히 땅 주인 할머니를 보며 ‘나이를 많이 먹어도 저렇게 멋있을 수 있구나’ 생각했다.
따뜻한 쌀밥 한 공기가 그리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