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를 더 매력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콘셉트는 명확하다.
‘Art’와 ‘Taste’.
예향의 지역인 만큼 어디서든 쉽게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고,
맛은 가타부타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덕분에 두 콘셉트로 갈 수 있는 광주의 명소는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 에디터가 직접 다녀온 5곳을 정리했다.
Art 광주
예술이 흐르는 골목
시인 문병란의 집 & 밤실로 4번안길 & 오지호 가옥
밤실로4번안길(지산동)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어디나 있는 벽화가 아니라 시적인 문구와 앙증맞은 조각품이 집마다 있는 아기자기한 동네다. 예향 광주에 어울리는 것들로 꽉 채워져 있다. 동네에서 무등산 자락으로 이어지는 골목을 걸으면서 다양한 예술인들을 만나고, 광주를 지켜나가는 이들을 기억하는 특별한 여행이 가능하다.
밤실로4번안길
광주광역시 동구 지산동
주요 명소는 시인 문병란의 집, 오지호 생가, 이한열 생가 등이 있다. 또 근처에 무등산 보리밥거리, 지산유원지도 있어 한나절은 충분히 여행할 수 있는 코스다. 작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제법 근사한 집이 나온다.
시인문병란의집
광주광역시 동구 밤실로4번안길 16
문병란 시인이 머물렀던 집이 여행자를 반긴다. ‘직녀’, ‘희망가’ 등이 대표 작품인 문병란 시인은 광주를 대표하는 문인이다. 요산문학상, 박인환 시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시인 문병란 집(1980~2015년 거주)에서는 그의 인생과 작품, 유품, 서재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필사 프린트를 통해 그의 작품을 집에서 직접 써볼 수도 있다.
오지호가옥
광주광역시 동구 지호로 81-20
근처에 근현대 서양화의 대가 오지호 화가(1905~1982)의 생가도 있다. 그는 한국적 인상주의 정착시킨 화가로 서울에서 활동하다 1948년 조선대 미술학과 교수로 초청돼 후학을 양성했다. 내부를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아직 화가와 관련된 분이 거주하고 있으니 한 발자국 떨어져서 구경하면 된다.
무등산의 숨은 화방
춘설헌
광주의 랜드마크, 무등산이다. 등산뿐 아니라 예술가에게도 사랑받는 공간이었다. 특히, 의재 허백련(1891~1977)과 관련된 춘설헌은 무등산의 숨은 화방이다. 허백련은 성공한 예술가라는 타이틀에 도취하지 않았다. 무등산에 은거하면서 삼애(천지인) 사상을 바탕으로 공동체를 일궜다.
허백련은 춘설헌에서 한국 남종화를 대표하는 수많은 명작을 그렸으며, 제자도 여럿 양성했다. 무등산의 기운을 온전히 받고 있기도 하다. 주변에 큰 나무와 대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고, 양옆으로 계곡도 흐르고 있다. 참고로 춘설헌뿐 아니라 무등산에는 의재미술관, 삼애헌, 문향정, 의재묘소, 춘설차 공방, 관풍대 등 의재 허백련 문화 유적이 다수 있다.
허백련춘설헌
광주광역시 동구 증심사길 81
Taste 광주
육각형 식당
금호식당
광주 여행에서 놓치면 안 될 식당들이 있다. 외관도 내부도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동네 식당이다. 속은 꽉 차 있는 곳들이 많다. 광주송정역에서 가까운 금호식당도 마찬가지. 여행을 시작하는 첫 밥상으로도, 여행을 마무리하는 밥상으로도 활용하면 좋은 곳이다.
메뉴는 딱 광주식. 식사로는 애호박찌개, 조기매운탕, 김치찌개가, 메인으로는 삼겹살과 목살, 오리로스, 목살 주물럭, 오리 주물럭이 있다. 점심으로는 목살 주물럭과 애호박찌개가 인기가 많고, 저녁에는 역시 고기구이가 잘 나간다. 물론 시간 가리지 않고 어떤 메뉴를 선택해도 만족스러운 식사를 보장한다.
삼겹살은 클래식하다. 적당한 두께, 정사각형으로 자른 삼겹살을 돌판에 구워 먹는다. 열전도율이 높아 단시간에 먹기 좋게 익는다. 반찬도 허투루 내지 않는다. 요즘처럼 절임 반찬이 많은 게 아니라 싱싱한 쌈 채소, 잘 익은 김치, 파절이, 멸치볶음 등이 나온다. 정갈하면서 감칠맛이 훌륭하다. 식사로는 국물이 개운한 애호박찌개나 광주 가정집에서도 즐겨 먹는 조기매운탕을 추천한다.
참고로 목살 주물럭은 살코기만 또는 지방 섞어 옵션 중에 선택할 수 있고, 좌석마다 가스버너가 있어 마지막에 셀프 볶음밥도 가능하다.
금호식당
광주광역시 광산구 어등대로665번길 3
친근한 다도
차생원
한국제다가 운영하는 ‘차생원 본점’은 수준 높은 다도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광주에서 이만한 곳 찾기가 쉽지 않다. 역사 또한 꽤 오래됐다. 1951년 창립한 한국제다는 70년 넘게 여러 차를 생산하고, 관련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광주에 자리한 차생원 본점은 2014년에 문을 열어 다양한 차를 시음하고, 차 제품, 다기 등을 구매할 수 있다. 말차와 홍차, 우전, 감농, 연잎차, 현미녹차, 블렌딩 티, 호지차 라떼, 말차카토 등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는 카페도 겸하고 있다.
특히, 차생원의 말차는 색부터 질감, 맛까지 고루고루 훌륭하다. 이곳 말차는 1988년부터 국내 3개 지역에서 직접 생산하고 있으며, 맷돌로 갈아서 찻잎 특유의 색이 살아있고 맛도 깊다. 적당하게 쌉싸름한 말차, 달콤한 다식의 조화가 꽤 만족스럽다. 또 다도체험도 가능하다. 일본처럼 무거운 분위기가 아니라 조금은 가볍고, 친근하게 배운다. 일상을 즐겁게 보낼 또 다른 방법을 배우는 셈이다.
차생원 본점
광주광역시 동구 의재로 100
부드러워 안심이야
카츠쿠
광주시청 옆에 자리한 카츠쿠는 제주 돼지를 활용한 도쿄식 돈카츠 전문점이다. 대표 메뉴는 제주 백돼지로 만든 화이트 카츠와 흑돼지와 숯불을 이용하는 블랙 카츠다. 두 메뉴 모두 누룩소금과 허브오일을 활용한다. 블랙 카츠의 경우 오징어먹물 빵가루를 활용해 튀김옷이 검은 게 특징이다.
카츠쿠는 주문 즉시 조리하기 때문에 10~15분 정도 소요된다. 느긋한 기다림이 필요하다. 이윽고 나온 돈카츠는 모양새부터 마음에 든다. 특히 익힘 정도에 자신 있는 곳이라 그 매력을 정확히 느끼려면 등심(로스)보다는 히레(안심)를 선택하는 게 좋겠다. 화이트 히레 정식과 블랙 히레 정식을 추천하는 이유다. 적당히 부드럽고, 찹쌀떡처럼 적당히 말랑한 식감, 풍부한 육즙이 인상적이다. 바삭한 튀김옷은 덤이다.
사이드 메뉴가 풍부한 것도 장점. 미니 카레, 제주감귤 토마토 피클, 멘치카츠, 계란 샐러드, 게살 크림 고로케, 양송이 카츠, 새우튀김 등이 있어 생맥주와 하이볼과 곁들이기 괜찮다. 또 냉소바, 마제소바, 가마보코 우동, 와사비 소라 비빔면 등 한식과 일식을 넘나드는 면 메뉴도 눈길을 끈다.
카츠쿠
광주광역시 서구 시청서편로12번길 19 1층 카츠쿠
글·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