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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Oct 20. 2021

우연히 만나게 되는 여행의 묘미
어쩌다 마주친 제주

알찬 일정 속 또 다른 여행의 재미.
그저 걷다가, 그저 지나가다 만난 선물 같은 순간.
어쩌다 마주친 제주의 환상적인 풍경이다. 


소정방폭포의 작은 물줄기도 그저 시원하기만 하다


작다고 놀리지 말아요
소정방폭포


우연한 만남의 중심에는 제주올레가 있다. 그저 걷다 보면 생각하지 못한 만남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제주올레 6코스에서 만난 우연이다. 원래 6코스의 메인 폭포는 정방폭포인데,  좀 더 발을 내딛으면 소정방폭포가 기다리고 있다. 23m 정방폭포와 비교하면 7m 높이의 소정방폭포는 아담할 뿐이다. 그럼에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해안을 향해 떨어지는 작은 물줄기는 친근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다. 서귀포 앞바다로 흘러간 폭포는 거대한 암벽과 하나 돼 장관이 된다. 한 곳에서 크고, 작은 자연의 매력을 다 느낄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소정방폭포 감상 후 이중섭 미술관-자구리해안-서복전시관 등으로 이어지는 '작가의 길'을 걷거나 유럽 느낌의 카페 '허니문하우스'에서 커피 타임을 즐겨도 좋다. 


소정방폭포 이후 작가의 길로 여행을 이어가도 좋다


소정방폭포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토평동



발길이 멈추는 곳
소천지


소정방폭포를 지나 6코스를 따라가면 또 다른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소천지다. 소천지가 새겨진 돌이 안내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엄청 유명한 곳이 아니라 그냥 지나치기 쉽다. 그럼에도 쇠소깍 또는 표선 방면으로 가기 전 들러볼 만하다.

소천지는 백두산 천지를 축소해 놓은 모습과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날씨가 맑고 바람이 없는 날에는 소천지에 투영된 한라산의 모습도 촬영할 수 있다니 욕심을 내 보는 것도 좋겠다. 한라산과 화강암의 조화가 만든 풍경이 먼저, 그 다음은 웅장한 화강암 군단이다.


한라산과 어우러진 소천지


섶섬과 바다가 보이는 곳에 뾰족하게 솟아오른 화강암이 가득하다. 바다에 이러한 모양의 암석이 있다는 데 한 번 놀라고, 강인한 자연의 모습에 또 놀란다. 조심조심 발을 움직여 바다와 섶섬과 아주 조금 더 가까워진다. 광활한 바다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무인도 섶섬을 보면 저 미지의 땅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해가 지면 일몰도 굉장하다. 소천지 초입에서 보는 일몰은 이름난 곳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소천지 초입에서 만난 환상적인 일몰


소천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보목동 1400



누가 하늘에 물감을 풀었나
애월읍 어딘가


애월 해안도로에는 광활한 바다, 에메랄드빛 해변을 볼 수 있는 카페가 줄지어 있다. 저마다 풍경 맛집을 앞세우며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당긴다.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인증 사진도 남기고, 한껏 여유를 즐기는 건 제주 여행의 재미 중 하나다. 그럼에도 조금 더 바다에 다가가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러한 생각에 무작정 해변가로 내려갔다. 지도를 보니 곽지해녀의집, 그리고 제주올레 15코스에 속하는 곳이다.


하귀애월해안도로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구엄리 462-1


곽지해녀의집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곽지11길 27


애월에서 만난 비현실적인 일몰


길을 따라가 보니 작은 모래사장이 있는 해변과 방파제가 있다. 해변에서는 서핑에 몰두하고 있는 한 무리가 있었고, 모래에서 뒹굴며 놀고 있는 아이, 또 그 아이를 지켜보는 어머니가 있었다. 이름 있는 곳은 아니지만 그 풍경이 상당히 제주다웠다.

여행자로서 특별히 할 건 없지만 벤치에 앉아 잠시 지켜봤고, 일몰 시간이 다가오자 방파제로 향했다. 구름이 많았던 날이라 마음을 비웠지만, 짙은 남색이던 하늘은 점차 주황, 보랏빛이 섞이기 시작했고, 바다는 민트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여태 본 적 없는 신비한 일몰을 곁에 두고 싶어 방파제에서 내려와 화강암에 올라선다. 구멍 뚫린 돌 위에서 환상적인 일몰을 보보니 '이번 제주여행은 이 풍경이 다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름 없는 해변에서 서핑을 즐기고 있다


자연에 풍덩 빠지다
법환포구


마지막도 제주올레다. 7코스에 속한 법환포구를 먼저 만나고, 이름 없는 풍경으로 이어지는 여행이다. 법환포구는 '막숙개'라는 이름도 있는데, 막숙은 고려 말 최영 장군이 이곳에 막사를 쳐 군사들의 숙소로 사용해 적군을 물리친 일화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포구에서 범섬, 섶섬, 문섬, 새섬 등 서귀포의 다양한 무인도를 한눈에 보는 등 바다와 자연스럽게 어울린 제주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포구 주변으로 게스트하우스, 카페, 식당 등 다양한 시설이 마련돼 있어 여행자들은 그저 여유롭게 방문만 하면 된다.


법환포구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법환동


해녀가 새겨진 알록달록한 길


법환해녀체험센터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최영로 10


이제 이름 없는 명소로 가보자. 법환포구에서 법환해녀체험센터로 발길을 옮기면 먼저 알록달록한 해녀가 새겨진 길이 우리를 반긴다.  이후 물을 저장한 시설 같은 게 보이고, 무인도 범섬을 가깝게 볼 수 있는 돌길이 펼쳐진다. 군데군데 화강암이 만든 어장도 있는데 아주 작은 물고기가 있고, 게도 우리에게 인사를 한다. 물도 얕아 아이들도 쉽게 자연을 만끽한다. 어른들은 서귀포 바다를 향해 낚싯대를 던지면서 축복받은 제주의 자연을 느끼고 있다. 참, 범섬과 바다를 보며 회국수 등 제주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식당도 있다.


범섬을 배경으로 둔 돌길


범섬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법환동



글· 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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