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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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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Oct 21. 2021

볼거리, 먹거리가 넘치는
제주시 민속오일장

활기와 맞바꾼 제주다움


제주를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시장을 꼽으라면 동문시장과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다. 두 시장은 매일 열리는 상설시장이며 관광객에게 특화된 시장이란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동문시장


본디 동문시장은 제주시가 아닌 다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애용하던 매우 토속적인 시장이었다. 시장이 시내로 들어오는 초입에 있었고 일대가 과거에는 제주시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교통이 편리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조천, 함덕, 김녕, 세화 등에서 버스를 타고 동문시장을 오가던 주민들의 발길은 동네마다 대형마트가 생겨나면서 뜸해지기 시작했다. 때마침 중국 관광객이 제주에 밀려오며 호황을 이루자 동문시장도 추세에 맞춰 변화해왔다.


발 빠른 육지 상인들이 점포 점유율을 늘려가면서 대도시 시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퓨전 음식들이 등장하는 등 활기는 넘치지만 반대로 제주다움을 잃어가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동문시장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동문로 16



제주의 대표 오일장


제주의 시장은 제주도민의 삶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여행지다. 특히 5일마다 열리는 장에는 섬사람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제주시, 한림, 대정, 중문, 서귀포, 표선, 세화, 고성 등에서 오일장이 열리는데 그 중 제주시민속오일장이 가장 크다.

제주시민속오일장은 1905년 관덕정 자리에 열렸던 장을 시발점으로 본다. 그러고 보면 역사가 무려 116년이나 된 셈이다. 도두1동 현재의 장소로 이전해서 자리를 잡은 것은 1998년이다.



장은 매월 끝자리 2일, 7일에 열리며 1,000여 개에 달하는 점포가 영업을 한다. 장에는 사람만 빼고는 다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도 없는 것이 없다. 시장에 들어서면 잡화, 의류, 공산품, 청과, 꽃, 곡식, 채소, 농기구, 가축, 식품, 생활용품 가게 등이 끝없이 나타난다.



그중 가장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곳은 수산물 코너다. 이곳에서는 수입산 옥두어와 제주산 옥돔을 속여 파는 일이 없다. 또한, 주류를 이루는 생선을 보면 계절을 알 수 있다. 초여름부터 매대를 채웠던 자리와 멜이 물러간 후 한치가 등장했다.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장에는 육지에서 건너온 것들도 많다. 공주 밤, 진영 단감, 청송 사과, 나주 배, 청양 고추도 있다.



제주스런 먹거리를 맛보고 싶다면


제주시민속오일장은 먹거리도 특별하다. 어느 곳에서나 흔히 만날 수 있는 떡볶기, 호떡 집 외에 제주 전통음식 빙떡을 파는 가게가 있다. 빙떡은 강원도의 메밀전병과 흡사하다. 메밀을 동그랗게 얇게 펴 부친 후 무나물을 올리고 둘둘 말아 만든다. 본디 제주 제사상에 반드시 올라가는 음식으로 맛이 은근하면서 담백하다.


제주 전통음식 빙떡


시장에는 식당들이 여럿 들어서 있으며 집마다 메뉴가 엄청나게 많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는 싱싱한 해산물과 보말죽, 성게미역국, 고기국수, 몸국, 자리물회, 한치물회 등제주의 다양한 향토음식을 먹어 볼 수 있다.



‘도두해녀촌’은 오랜 경력의 해녀가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다. 바닷속에 들어가 잡아 올린 해산물은 무엇이 되었든 손님상으로 오른다. 특히 한 접시에 2만원 하는 문어 숙회는 맛도 좋고 양도 푸짐하다. 도두해녀촌에서 꼭 먹어봐야 할 메뉴는 주인이 강력하게 추천하는 몸국이다.


몸국


몸국은 돼지고기를 삶은 국물에 몸(모자반)을 넣고 메밀가루를 풀어 걸쭉하게 끓여낸 음식이다. 몸과 돼지고기가 궁합이 잘 맞아 느끼함이 적고 감칠맛이 있어 술안주 또는 해장으로도 그만이다. 제주도는 집안에 행사가 있을 때 돼지를 잡는 풍습이 있었다.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 방문객들에게는 '반'이라 부르는 접시에 개인별 찬을 배급하여 주었다. 빵 반쪽, 사과 1/4쪽, 빙떡 하나, 얇고 넓적하게 썰어내 시각적으로 크게 보이게 했던 삶은 돼지고기 두 장이 고작이었다. 

배식을 담당한 사람 중에는 도마(돔배)를 앞에 두고 고기를 썰어 나눠주던 이를 도감이라고 불렀는데 가장 막강한 권력(?)이 있었다. 돔배고기란 말은 그것에서 유래되었다. 삶은 고기를 건져낸 들통에는 달랑 육수만이 남았다. 그것에 몸을 넣으면 몸국이 되고 또 고사리를 넣으면 제주식 육계장이 되었다.



제주시민속오일장은 제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스폿이다.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날짜가 맞는다면 꼭 들려보기를 추천한다. 그곳에는 특별한 볼거리, 먹거리 그리고 제주가 있다.
 
제주시민속오일장
주소 : 제주 제주시 오일장서길 26
교통 : 제주국제공항에서 331번, 102번. 370번 3008번, 3004번 버스를 타고 제주민속오일장 입구에서 하차 10분 가량 걸어 들어가면 된다.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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