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연습 67

개 또는 들개에 대한 양가감정*

by 프라하

<개 또는 들개에 대한 양가감정*>


우연히 마주 친 개 무리가 느끼게 한 고민

" 도대체 이 현상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지? "


얼마 전에 북한산에 등산을 다녀왔다. 대학 동기 녀석이 회장으로 있는 다분히 사교를 목적으로 하는 모임에서였다. 많이 다녀보진 않았지만, 북한산에는 다양한 코스가 있고, 내려오는 길에 다양한 맛집들이 즐비한 걸로 알고 있다. 이날은 문수봉을 목표로 산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몇 번의 쉼을 통해 문수봉에 올랐을 때였다. 마음이 갑자기 불편해졌다. 그곳에 4마리의 개들이 등산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 마리는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진돗개 믹스견과 한 마리는 검은색 믹스견이었다. 이 녀석들은 등산객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간식거리를 던져주는 등산객에게는 꼬리를 내리고, 시선을 집중하며 계속 따라다녔다.

누군가 지나가는 듯 무심히 이야기했다. " 아직 살이 많이 안 빠진 걸 보니, 가출한 지 많이 되지 않은 모양이군"

이 애들이 (참고로 나는 3마리를 무지개다리를 건너 보내고, 4마리째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사람이다.) 뭘 원하는지는 개들도 등산객들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나는 빠르게 머릿속으로 내 가방 속의 음식물들을 스캔하며 얘들한테 줄 만한 것이 없다는 사실과 좀 씹을 거라도 갖고 올 걸 하는 아쉬움 곱씹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마음도 잠시, 4마리 개들이 먹을 게 있어 보이는 등산객에게 몰려들어 약간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순간 며칠 전 보았던 뉴스 영상이 생각났다. 지방도시에서 들개 대여섯 마리가 한 여성을 위협했다는 기사가 생각나면서 '어? 위험한 상황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불미스러운 일은 없이 상황은 종료되었으나, 어정쩡한 상황이 계속 상황을 주시케 했다.


우리 등산 모임 회원들은 늘 하던 대로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근처에 평평한 곳을 찾아, 각 회원들이 갖고 온 간식 거리를 모아서 잠시 쉬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였다. 아까 그 4마리 개들이 어느샌가 음식 냄새를 맡고 우리 쪽으로 몰려들었다. 인원이 좀 되니 크게 긴장하지는 않았고, 불안한 마음도 없었다. 하지만, 여자들끼리만 왔다거나 청소년을 포함한 가족 등산이었다면...? 애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다음부터 많은 고민이 가지뻗어 나가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얘네들은 어떻게 이 산꼭대기에 와서 모여 지내게 되었을까?'부터 ' 막 겨울을 지난 시점이라 먹을 게 아무것도 없을 텐데 이 산속에서 어떻게 버틸까?' '등산객이 뜨문뜨문 올라오면 사람들은 괜찮을까? 신고해야 하나? 신고하면 뭐라고 해야 하나?' 등등 수많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개들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성토되다.

그때부터 동호회 회원들의 개 무리에 대한 양가감정이 성토되었다.

누구는 "개들이 안쓰럽네요. 먹을 것도 별로 없을 텐데요. 뭘 좀 줘야 하나? "라며 애견인의 면모를 드러냈다.

또 다른 회원은 " 이런 유기견들은 다 총으로 사살해야 해요. 사람에게 해를 끼칠 텐데, 안락사도 한도가 있지. 얘네들 다 죽으면 시체는 또 어떻게 처리해요. 전국에 이런 애들 수백 마리일 텐데"라는 이야기 했다.

다른 회원은 " 자기가 목격했던 들개들이 고양이를 물어뜯어 죽이는 것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었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나의 감정을 조용히 들여다보았다.

우선은 애견인의 한 사람으로서

개들이 불쌍하고, 얘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결국은 굶다가 견생을 마감해야 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길냥이들을 돌보기 위해 사료 봉투와 물그릇을 들고 다니는 동네 아줌마 모습도 오버랩되면서 등산 다닐 때 이런 애들을 위해서 먹을 걸 좀 갖고 다녀야 하나? 라는 생각에까지 다다랐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과연 얘네들에게 먹을 것을(등산객들이 갖고 다니는 것 중에 개들이 먹기 괜찮은 것도 있겠지만, 안 좋은 것들과 여기저기 버리고 부패한 음식들을 먹을 텐데) 주는 게 맞는 일인가? 길게 생각해 보면 안락사를 시키거나 하는 게 맞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간식 몇 개 던져 준다고, 덩치 나가는 4마리의 중형견들이 배를 채울 수 있을까?

좋은 그림은 누군가 입양해서 시골 단독주택 같은 곳에서 키워야 하는데 얘네들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질까?

또 이렇게 떠돌이 개들이 집에서 사람들과 공존할 수 있을까?


그날 저녁 강아지 밥그릇에 사료를 주며 간식을 하나 더 얹어 주었다. 아직도 산 위에서 봤던 네 쌍의 눈이 자꾸 겹쳐 보였다.


북한산 개1.jpg 등산객에 모여든 개들


두 가지 가치(감정)가 동시에 존재함'을 뜻하며, 심리학에서는 이를 해소되지 않은 내적 갈등상태로 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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