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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프로 Nov 17. 2020

밀리, 그리고 전자책 월정액 서비스

<심심풀이 트렌드>

요즘 책을 읽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전통적인 종이책을 여전히 선호하는 분들도 많을 거고, 오디오북 같은 형태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을 거고.. 경우에 따라서는 팟캐스트나 유튜브를 통해 요약된 정보를 습득하는 방법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책의 절반 이상 eBook(전자책)으로 읽고 있다. '이북'을 읽는 분들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대략 아래와 같지 않을까?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읽을 수 있다.  

교차 독서를 하는 분들은 여러 책을 갖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에서 해방될 수 있다.

종이책의 경우 계속 쌓이면 추후 보관 및 이사 시에 처치 곤란이다.




전자책 시장의 변화


기존에도 온오프라인 서점들이 이북 서비스를 하고 있었으나, 그닥 활성화는 되지 않았다. 교보가 SAM으로 회원제 서비스를, 리디북스가 이북 전문 서비스 업체로 포지셔닝되어 책 좀 읽는다 하는 '마니아'분들이 주로 이용했다.


하지만 밀리의 서재가 등장을 하면서 (정확히는 TV 광고를 하면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후 교보문고도 SAM 무제한 서비스를 출시했고, 예스24는 북클럽을, 리디북스 역시 리디 셀렉트라는 정액제 서비스를 내놓게 되면서 경쟁의 구도가 완성된다.


국내 eBook 시장의 역사는 이북 리더기를 중심으로 한 1기, 모바일을 중심으로 개별적인 이북 콘텐츠를 구매하는 2기를 넘어, 현재는 구독형 서비스로 가는 3기에 와있다.


해외의 경우 아마존 킨들로 대표되는 이북리더기가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한때 국내에서도 인터파크의 비스킷이나 크레마 등이 출시되었지만, 시장의 판도를 바꿀만한 결과를 내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해외 시장과 달리 역시 책은 '양장본'이지..! 소장욕이 강한 민족적 특성이 반영된 게 아닐까 싶지만 근거는 없는 이야기고.. ;-)

인터파크의 비스킷, 무려 3G를 평생 무제한 제공한다는 나름 혁신적인 이북리더기였다..




왜 독서 시장에 구독형 모델이 등장했나?


왜 지금 구독형 모델일까? 에 대해서는 경제학적으로나, 사회학적 현상으로나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기존 종이책과 이북의 단점을 적절하게 해소했다는 점이지 않을까..


기본적으로 종이책은 현금도 잘 안 가지고 다니는 요즘 세상에 얼마나 읽을지 모를 책을 몇 권씩 싸 갖고 다니기는 버겁고, 이북은 위에서도 언급한 소장욕을 채워주지 못할뿐더러, 떨어지는 가독성과 가성비1)가 장애물이다.

1) 데이터량과 비용은 비례한다는 이론들에 따르면 몇 기가짜리 영화 대비 몇 메가의 책이 만원이 넘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물론 기존에도 SAM과 같이 몇 권을 묶어서 월 이용료 형태로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었지만, 보통 월 2~3권의 제약이 있다 보니 책을 다운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날짜를 놓쳐 정작 한 권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교보문고 같은 곳은 출판계와의 관계나 이익 측면에서 봤을 때, 밀리의 무제한 정액제 같은 과감한 모델을 들고 나오기는 쉽지 않았으리라...


이런 소비자의 욕구와 출판사의 이해관계 속에 어정쩡한 서비스들만 존재하던 상황에, 밀리가 '월 9,900원'에 무제한 이용(정확히는 무제한 대여)이라는 무기를 들고 나오니 사정이 급해졌다. 소비자의 이북 이용, 좀 더 나아가서는 독서의 패턴 자체가 달라져버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밀리에서 앞 광고든 뒷 공고든  받은 거 없지만... 참고 이미지로..




밀리의 서재는 무엇이 달랐나?


여기소 이야기할 것은, 공격적인 TV 광고를 했다던가, 바이럴을 잘했다던가 하는 마케팅적인 요소 외에 서비스 차별화적인 부분만 챙겨서 보려 한다. 참고로 필자는 밀리의 서재와 아무 관련이 없으며 교보 SAM / 리디 셀렉트 / 밀리의 서재를 모두 '내돈내산' 이용 중인 일반 사용자다.




차별화 1. 앱 內 책 다운로드 기능


아이폰이든, 안드로이드든 앱 내에서 책을 구매하려면 꽤 귀찮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부분 앱들은 아직도 그렇죠) 예를 들어 교보문고에서 이북을 다운로드하려면, 모바일 웹 또는 PC로 들어가서 이북 콘텐츠를 구매한 뒤 이북 전용 앱을 통해 다운로드를 해야 한다. 이는 리디북스도 마찬가지라 리디 셀렉트에 있는 책을 제외하고는 웹을 통해 구매한 뒤에 다시 이북 앱으로 와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는 애플이나 구글이 자체 앱 내에서의 콘텐츠 구매(인앱 결제)를 막기 때문인데2), 이미 OTT 서비스 (넷플릭스, 웨이브 등)를 통해 추천받은 콘텐츠를 바로 보는데 익숙한 사용자로서는 구매하는 곳 따로, 읽는 곳 따로 써야 한다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하지만 밀리는 정기구독 다운로드 가능한 책만을 서비스하고, 없는 책은 종이책 구매(알라딘)로 연결하는 프로세스를 취했다3).

2) 정확히는 막는다기 보다 추가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최근 구글 인앱 결제와 관련해서 계속 이슈가 되고 있으니 별도로 설명은 패스...
3) 현재는 그냥 링크 없이 그냥 리스트만 보여준다.


리디나 교보가 밀리와 경쟁하려면 기존 인터페이스에 손을 대야 하는데, 모든 것은 정기구독 안에서 해결하는 인터페이스를 구현한다면 기존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북, 종이책 판매 등)과 카니발리제이션이 발생하는 딜레마가 생긴다.


말 그대로 WYSIWYG(What You See Is What You Get)을 구현한 인터페이스



차별화 2. 리딩북


광고에도 나왔지만, 이병헌, 이동진 등이 직접 책을 읽어주는 리딩북은 참신한 시도였다. 최근에도 장기하, 이기주, 유병재, 요조 등 꾸준히 리딩을 진행해서 밀리의 트레이드마크화하고 있다.


장기하는 그야말로 밀리의 '뮤즈'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활발히 참여한다.


물론 기존에도 오디오북 등이 있었지만, 밀리의 리딩북은 임팩트 있는 셀럽, 또는 작가를 활용한다는 점과  전체가 아닌 일부 내용을 요약해서 전달해준다는 점이 다르다. 유튜브나 팟캐스트와 오히려 유사하다고   있는데, 이북 안에서 책을 읽어준다는 점에서 새롭다. 앞서 언급한 ‘데이터량과 비용의 상관 법칙’에 적용하면 소비자의 가성비를 높여준 것이다! 나의 스타가 추천해주는 책이라면  번쯤 읽어(들어?)  생각이 들지 않을까?



차별화 3. 머천다이징 (이슈북)


밀리는 이슈가 되는 책, 이슈를 만들어 내는 책들을 발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아직 총알이 떨어지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절판되었던 '오! 한강'이 종이책보다도 먼저 밀리의 서재에서 순차적으로 오픈할 때 정말 깜짝 놀랐다. 또 연말연시에 가장 핫한 책은 역시 트렌드 관련 책이 될 텐데, '트렌드 코리아 2020'을 가장 먼저 서비스한 곳이 밀리였다. (글을 쓰는 지금 '트렌드 코리아 2021'이 coming soon인 걸 보면 올해도 마찬가지일 듯)


최근에는 이런 물량(?) 작전은 좀 뜸해진 면이 있지만, 요새 가장 핫한 작가 중 한 명인 '김초엽'의 신작을 단독 공개(종이책 정기구독자 대상으로)하는 등 이슈 몰이는 계속되고 있다.



아울러,, 이건 개인적인 경험일지는 모르겠으나, 한동안 전자책 서비스를 중단했던 '씨네 21'이나 '맥심'(커피 아니다) 같은 매거진을 함께 제공한 것은 정말 놀라웠다. 이거야 말로 월 9,900원을 아깝지 않게 하는 신의 한 수였다고 본다!! ;-)



결론


리디나 교보, 그리고 예스 24 등의 기존 플레이어들은 종이책 또는 전자책을 파는 커머스 채널에 가깝다면, 밀리의 경우는 정기 구독을 통한 소셜 플랫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콘텐츠와 커머스가 결합된 미디어 커머스 채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책이라는 호흡이 긴 콘텐츠를, 상대적으로 호흡이 짧은(충동적으로 구매하고 소비하는) 스낵 컬처처럼 잘 묶어내지 않았나 싶다..


앞서 언급했듯이, 개인적으로도 3개의 서비스를 다 이용하고 있지만.. 이제는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밀리 > 리디 > 교보’의 순으로 찾아보는 편이다. 교보의 경우 가장 많은 이북을 보유하고 있지만 개별 구매를 하거나 SAM에서 차감이 되기 때문이다. (SAM 무제한은 이용할 수 있는 책이 많지 않다) '독서'라는 취향에서의 포털(Top of mind)이 되었다는 것은 밀리의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사족. 각 서비스의 장단점.


'밀리의 서재'는 보고 싶은 책을 Web/App 간의 이동 없이 바로 App 내에서 다운로드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서비스되지 않는 책은 밀리에서 구매하는 것도 불가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작용한다.


또한, 뷰어가 리디나 교보에 비해 불편하다. 곧 새로운 뷰어가 적용된다고는 하는데, 이 역시 아이패드에서 애플 펜슬로 인용문 선택이 잘 안 되는 점, 다음 페이지에 걸쳐서 인용문을 선택할 때 이어서 선택하기가 불편하다는 점은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인 듯하다.


'리디북스'는 리디 셀렉트를 앱 내로 완전히 통합하면서 바로 검색과 읽기가 가능해진 점은 개선된 점이다. 또 안드로이드에 국한된 얘기지만, 앱 내에서 바로 '개별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은 편리하다. (3개 서비스 중 유일한 장점)


뭐니 뭐니 해도 리디의 가장 큰 장점은 뷰어라고 본다. 깔끔하게 선택이 되고, 다음 장으로 이어질 때 어디까지 선택할지도 묻는 것은 꽤나 세심하다.


계속 이 인용문(또는 형광펜) 기능을 언급하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이 기능 때문에 종이책 보다 이북을 선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애용하기 때문이다. 좋은 구절이 있어 밑줄을 쳐놓으면 나중에 해당 부분들을 모아 볼 수 있어 참 유용하다.


여튼.. 리디 셀렉트의 경우, 정기구독에서의 차별점으로 '아티클'을 함께 제공하는 것을 호불호가 있겠으나,, 미안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냥 이거 빼고 가격 낮췄으면 하는 바람이...  -_-;;


'교보 이북'은 일단 가장 많은 이북을 보유하고 있고, 개별 구매의 경우 가격도 가장(적어도 리디 보다는) 저렴하다. 보통 5% 정도 차이가 나는데, 교보 e캐시를 3만 원 이상 구매하면 10%의 보너스를 더 주기 때문에 꽤 차이가 커진다.


소설이나 트렌디한 책들의 경우, 밀리나 리디에도 있는 경우가 많지만.. 조금 무거운(두께 X) 책들은 개별 구매해야 하는 경우들이 꽤 있어서, 밀리, 리디를 모두 이용하고 있음에도 교보 이북에 들어 있는 책이 적지 않은 편이다. 요즘엔 SAM에서만 단독으로 제공하는 책들도 꽤 있어서 나름 제값을 하는 편..



정리하면...


기본적으로 '밀리의 서재' 정기 구독을 하되, 인앱 결제는 하지 않도록 하고.. (별도 수수료가 붙어서 비싸진다) 밀리에서 서비스하지 않는 이북이 필요할 경우, 교보에서 '교보 e캐시'로 개별 구매 후 읽는 것을 추천한다.  


단,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고, 경험이니 판단은 각자 알아서 하심이... 누군가는 알라딘 굿즈 때문에 모든 책은 알라딘에서만 산다는 분도 있고, 오직 예스 24만 이용하는 분들도 있다.


쓰다 보니 길어졌지만, 다음번에는 일명 OTT 서비스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등)에 대해 한번 올려볼까 하는데.. 첫 글이 너무 길어져서 엄두가 좀 안 나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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