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프로 Apr 14. 2020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권력과 인간>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눕니다]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해 다룬 '권력과 인간'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우선 '사도'를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버지와 아들의 비극 - 영화 '사도'  



처음 극장에서 영화를 봤을 땐 이 책의 존재도 몰랐지만 ‘영화 사도’는 ‘권력과 인간’의 영화판이라 봐도 될 정도로 책의 주요 내용들을 화면에 옮겨 놓고 있습니다. 다시 영화를 보면서는 책을 읽은 후인지라 예전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복선과 배경에 대한 이해는 물론, 영화적 상상력을 구분해서 보는 재미가 있더군요.


영화 ‘사도’는 책과 마찬가지로 ‘사도세자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는 혜경궁의 주장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미치광이 사도’를 기본 내용으로 삼지만, 기왕 칼을 뽑고 범궐을 했음에도 그냥 되돌아가는 씬의 설정이나, 뒤주 속 부채의 그림 등을 통해서 책에선 느낄 수 없었던, 인간 '이선'에 대한 감정의 이입이 다소 딱딱한 역사 서적인 이 책과 또 다른 느낌을 들게 하는 부분입니다.


사실, 사도세자나 혜경궁 이야기는 이미 드라마나 영화로 숱하게 접한 지라 다소 진부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책의 행간 속에서만 느끼고 상상했던 것들이 미술 세트에서, 연기자의 표정에서, 대사의 '호흡 사이'에서 하나하나 펼쳐지는 것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죠.


책을 읽었다면, 영화도 꼭 같이 한번 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영화를 봤다면? 그럼 책을 읽으시면 이해가 깊어질 겁니다. 




권력의 역사, 역사의 권력


느닷없이, 그야말로 느닷없이 국립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문학과 교수 정병설이
필자와 [사도세자의 고백]에 대해 일방적 비난을 퍼부었다.
그것도 연속적으로, 문학동네에서 마련했다는 이른바 '특급 인문학자 3인'의 강의라는 인터넷 강좌와
[역사비평], 그리고 EBS라는 공영매체를 통해 거듭 필자를 거세게 공격했다.
...
그러나 이전 판의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이 책에 담긴 내용만이 진실이라고 강변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진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한 흔적은 있다고 봐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 이덕일 저


'권력과 인간'을 다 읽고,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 (이 책과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는)까지 한번 읽어 봐야겠다는 욕심에.. ebook을 다운 받아 놓았지만, 세상 일이 다 욕심 대로 되지는 않는지라 ^^ 우선(!)은 정병설 교수가 지적한 '서론' 부분만 읽어 봤습니다.


정병설 교수와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의 이덕일 소장은 하나의 역사적 사실을 놓고 상반된 주장으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사도는 정쟁에 희생된 불쌍한 몽상가인가? 아니면 살인을 서슴지 않는 미치광이인가?

혜경궁은 노회한 정치꾼인가? 아니면 남편 잃고 자식까지 먼저 보낸 한 많은 여인인가?

과연 이 책의 저자는 식민사관에 사로잡힌 꽉 막힌 강단사학자인가? 사료를 중시하는 진정한 연구자인가?


누군가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 했고, 또 누군가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의 기록이라 했죠. 수백 년 전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사학자(입장에 따라 두 분 모두 사학자가 아닐 수도 있지만)들의 날선 대립을 보니, 각자 과거와의 대화를 토대로 비아와 투쟁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우리 역사학계에서 이런 두 권력(?) 간의 논쟁이 다만 이것뿐은 아니죠. 환단고기로 대표되는 고대사에 대한 수용, 우리의 독립운동 및 건국의 과정에 대한 관점, 경제발전 및 민주화 과정에서의 공과에 대한 평가 등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어느 쪽의 '대화'가 더 많은 지지를 얻을지는 그때의 사회적 흐름과 권력에 의해서 달라지는 듯 합니다. 제가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국정교과서 '국사'와 지금의 '한국사'가 다르고, 이름조차 꺼내기 어려웠던 '월북' 독립운동가나 문인들의 활동과 업적들이 새롭게 등장하는 것처럼.. 




역사 공부의 즐거움


이 책에서 다룬 역사서들을 다루면서 나는 흥미로운 역사의 사실을 아는 즐거움을 누렸고
사실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기쁨을 누렸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귀하게 다가온 것은 저자들이 문장 갈피갈피에 담아 둔 감정이었다.

역사의 사실과 논리적 해석에 덧입혀 둔 희망, 놀라움, 기쁨, 슬픔, 분노, 원망, 절망감 같은
인간적, 도덕적 감정이었다.

역사의 매력은 사실의 기록과 전승 그 자체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데 있음을 거듭 절감했다

역사의 역사, 유시민 저


수백 년 된 사도세자의 죽음을 두고, 이제 와서 논쟁을 한다고 뚜렷한 결론을 찾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다. 사료를 통해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그 사료가 얼마나 진실한가에 대한 부분도 또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또는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도세자의 죽음과 관련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책을 통해, 또 영화를 통해, 상반된 논쟁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또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더욱 즐거운 일이지 않을까요?


曰, "?"


매거진의 이전글 조영남을 위한 변명 <미학 스캔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