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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프로 Jan 19. 2022

은행이 왜 배달앱을 만들었을까?

데일리 인사이트 # 4.

신한은행이 ‘땡겨요’라는 배달앱을 출시했더군요. 예전 '배달의민족' 광고의 카피가 생각나는 이름입니다. 경기나 대구 등에서 지차체의 배달앱이 인기라는 소식은 들었지만, 은행은 좀 의외죠. 일단 가게 사장님들 입장에서는 혹할 수 있습니다. 수수료가 2% 수준인 데다 결제 금액을 당일 정산해준다니.. 


땡겨요 서비스 스크린샷 (구글 플레이)


하지만, 왜 은행이 이런 서비스를 할까요? 배달앱 시장이 커지니 은행들도 이 시장에 욕심이 난 걸까요?




크게 두 가지 이유인 듯합니다. 하나는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소비자들이 뭘 좋아하는지, 언제 주로 배달을 시키는지, 어느 지역에서 주로 배달을 시키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거든요. 이런 소소한 데이터를 모으면 그 시장에 대한 그림이 그려진다.


우리은행은 편의점 배달을 해주는 'My편의점'을 출시했고, NH농협은행은 꽃배달(콕플라워) 서비스를 합니다. 하나은행은 신차견적을 내주고요. 예전에 카드사들이 교통카드 기능을 추가시킨 것만으로 소비자의 모든 동선을 추적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이런 서비스들로 은행들은 소비자의 생활 데이터를 얻고자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은행들의 이런 시도는 배달에서 그칠 것 같진 않네요. 


또 하나는 은행의 본업인 대출이나 투자를 위해서입니다. '땡겨요'가 어느 정도 수준에 다다른다면 해당 지역의 상권 분석이 가능하죠. 어느 지역의 가게가 장사가 잘 되고, 배달은 주로 어디에서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또 점점 늘어나는 플랫폼 노동 시장에 대한 파악도 가능해지죠. 


이를 은행 본업인 대출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 파이낸셜의 경우, 자사의 스마트 스토어 정보를 활용해 대출을 하고 있죠. 별도의 신용정보를 보지 않아도 스마트 스토어 거래 내역 자체가 신용이 됩니다. 시장이 변하니 이제 기존 은행들도 기존의 소득, 신용 정보 외에 새로운 정보가 필요해진 거죠.. 


'땡겨요 역시 '땡겨요 사업자 대출'을 함께 출시했다고 하네요. 아울러 점점 늘어나는 플랫폼 노동자들을 겨냥한 대출 상품도 출시했습니다. 가장 보수적이라는 금융권도 이제 빨리 뛰려나 봅니다.




꽤 오래전 '쿠팡은 왜 OTT 서비스를 할까?'라는 글을 쓴 적이 있지만, 이제 자사 고유의 서비스만으로 고객을 유입하거나, 데이터를 쌓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단순히 거래를 한다고 해서 우리가 정말 필요한 데이터를 다 얻을 순 없기 때문이죠.


고객을 묶어 놓으려면, 고객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뭔가 새로운 접근을 고민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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