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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프로 Feb 28. 2023

공감을 부르는 소재는 어떻게 찾나요?

여러분은 브런치 글을 쓰실 때 글감은 어떻게 찾고, 아이디어의 정리는 또 어떻게 하시나요?


저는 문득 써야 할 글이 생각나면 일단 브런치에 대략적인 아이디어 저장해 둡니다. 그리곤 글이 잘 써지는, 또는 발행하기 적절한 타이밍글부터 작성을 하는 편인데요. 그 과정에서 버려지는(?) 글도 많습니다. 정작 글로 이어지기엔 부족하거나, 쓰다 보니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죠.


그래서 제 브런치에 실제 발행된 글은 200편이 채 안되는데, 지금 쓰는 글들의 번호는 400번 대입니다. (이 글이 402번) 확률상 절반만 살아남는 거네요.


이렇게 글들을 쓰면서 어떤 글을 써야 하나 나름 깨달은 점들이 있습니다. 물론 제 생각이 정답이라곤 할 순 없지만 제가 글감을 찾고, 또 선택하는 과정에서의 변화를 한번 정리해 보려 합니다.




1단계. 쓸 수 있는 글을 쓴다.


브런치 작가가 된 이유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어서가 아닐까 압니다. 물론 '작가' 자체가 목표이거나, 아니면 뭔가 새로운 도전(사이드 프로젝트 등)을 위해서인 경우도 있겠죠.


하지만 브런치에 처음 글을 쓰게 될 때 '쓰고 싶은 글''쓸 수 있는 글' 사이에서의 고민으로 시작합니다. 소설을 쓰고 싶지만 당장은 에세이를 쓰거나, 에세이를 쓰고 싶지만 우선은 책이나 영화 리뷰 같은 글로 시작하는 경우들이 그런 케이스입니다. (그렇다고 소설이나 에세이가 더 상위의 글이란 뜻은 아니구요)


저 같은 경우는 마케인사이트를 주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도통 어디서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일단 인문학 책들의 리뷰를 썼는데요. 나름 반응이 괜찮다 보니 초기엔 거의 책리뷰가 주종이 됐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책리뷰가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지? 하는 현타가 왔죠.


브런치 초기에 올린 글들, 이후에도 쭉 인문학 책 리뷰들을 올렸죠


저의 경우는 책 리뷰가 훨씬 쉽게 쓰이는 편이고 또 재미있기도 했지만, 제가 갈 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 거죠. 현실적으로 리뷰는 블로그나 유튜브에 올리는 게 낫습니다. 그 편이 돈도 되고 협찬도 받으니 계속 쓸 동기부여가 되거든요.


그 뒤로는 어떻게 되든 마케팅 관련된 글만 올리기로 했습니다. 쓸 수 있는 글에서 쓰고 싶은 글로 전환을 한 셈이죠. 사실 이 단계에서 한번 좌절을 느끼고 포기할 뻔도 했어요. 글은 안 써지고, 어쩌다 쓴 글은 맘에 안 들거든요..




2단계. 많이 읽히는 글을 쓴다.


조금 내가 쓰려는 글들에 익숙해 조회수나 라이킷 등 신경 쓰게 됩니다. 이때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게 다음이나 브런치 메인에 걸리는 거죠. 어떤 분은 아예 메인에 걸리려면 어떤 글을 써야 하나?로 글을 올리기도 하셨더군요. 그렇게 조회수 폭발한 글만 묶어서 브런치북으로 내신 분도 있구요.


대체로 트렌드에 맞는 글이 많이 읽힙니다. 저의 경우 마케팅과 관련된 글을 써왔기에 '중고나라는 왜 당근이 되지 못했을까' '쿠팡은 왜 OTT 서비스를 할까' '고객 생애가치(LTV)가 뭐고 어떻게 계산하나요' 'BMW는 왜 티저영상에 키트를 등장시켰을까' 같은 글이 많이 읽혔죠.


1위 글과 그 아래 글들의 격차가 큽니다. 노출의 힘이죠.


특히 '중고나라는..'의 경우 다음과 브런치 인기글에 연달아 걸리면서 5만 회가 넘는 조회수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럴 땐 끊임없이 알람이 울려요. 조회수 돌파, 구독, 라이킷 등..) 재밌는 건 3위에 있는 '고객 생애가치...'라는 글인데요. 다음이든 브런치든 한 번도 메인에 올라간 적이 없거든요. 순전히 검색으로 유입된 글입니다. 요즘도 매일 꾸준히 조회수가 나오죠.


근데, 여기서도 다시 고민이 생깁니다. 트렌드에 맞는 글로 뭘 할 수 있을까? 진짜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조회수 폭발이라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저런 글로 책을 내거나 나만의 독창적인 고민이 담긴 글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거죠.


거기에 또 하나 이슈는 제 정체성과 연계성이 강하지 못한 글들은, 더구나 브런치가 아닌 다음 노출 글은 어차피 구독으로는 잘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스쳐 지나가는 조회수인 거죠. 블로그라면 나름 광고 수익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브런치에서는 나름 자기만족 외에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저 취미로 브런치 독자들의 라이킷이 좋아서 글을 쓰는 게 아니라면 이 단계에서 진짜 내 글은 뭘까 하는 고민이 생깁니다.




3단계. 나만의 이야기를 쓴다. 


이쯤 해서 공모전 욕심이 생깁니다. 내가 쓰고 싶은 글들이 어느 정도 쌓였고, 조회수 터진 글도 몇 차례 나오면 '나도 한번..?'하고 도전할 생각이 드는 거죠.


그애서 역대 수상한 작품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독창적인 소재들이 눈에 띕니다. ADHD, 섭식장애, 여자야구, 콜센터, 재테크, 제주살이, 그림 등 취향이든 직업이든 진하게 직접 겪은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관심을 끌 수 있는 이야기들이죠. (물론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일 수도 있지만)


결국 진짜 내 이야기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이면서, 나의 경험이 묻어 있고, 동시에 읽는 이들의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글인 거죠. 결국 글쓰기에 대한 방황은 이 접점을 찾아가는 길인 듯합니다.


여기에서 다소 난감해집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조금이나마 명확해질 수 있지만 경험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거든요. 지난번에 썼던 글이지만 다시 인용해 볼게요.


첫째로 내가 쓰려고 하는 내용과 경험이 일치하느냐의 문제가 있습니다.

둘째로 나의 경험이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가 하는 부분도 고려해야죠.



나는 너무나도 평범하게 살아온 것 같은데 그럼 글을 쓰면 안 되는 건가 싶죠. (저 여기서 또 한 번 좌절을..) 그렇지만 이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어차피 다음 단계로 나가기 어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 경험이 부족하면 글을 쓰기 위한 경험을 해야 합니다.


제 나름의 해결책은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고민을 빌려 오는 겁니다. 제가 쓰고 싶은 분야의 사람들이 어떤 고민들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 지를 듣는 거죠. 전문적인 작가들 역시 새로운 글을 쓰기 위해 관찰을 하거나 누군가를 인터뷰하거나, 실제로 취재를 나가기도 하는 것처럼요.


제가 최근에 쓴 글,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배운 적은 없습니다 라던가, 좋은 리더는 커뮤니티를 만듭니다 같은 경우가 그런 글입니다. 모임을 하며 만났던 분들이 주로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나를 듣고 제 생각들을 더해 정리한 거죠. 아마도 이런 글들이 더 잘 읽히는 이유는 비슷한 고민이 있는 분들이 많아서일 겁니다.


브런치에서는 어떤 글이 많이 읽힐까요?라는 글도 마찬가지죠. 글 자체가 엄청난 인사이트가 있다기보다 브런치에 있는 작가님들, 그리고 제 고민이 담겼기 때문에 공감이 것일 테고요.


이런 글들이 앞서 언급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나 '피로사회' 등 책을 읽고 쓴 글이나, '당근마켓' '쿠팡' 'BMW' 관련해서 쓴 글보다는 쓰기는 훨씬 어려우면서 조회수는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조금씩 제 글이 되어가는 건 분명한 것 같아요.




누군가는 내가 고 싶은 이야기가 곧 나의 삶이면서 동시에 공감도 일으킬 겁니다. 위에서의 2, 3단계를 안 거치고 1단계에서 고민 끝인 거죠. 하지만 그런 특별한 경험에 글빨까지 겸비한 사람들은 많지 않죠.


여러 우여곡절을 거치며, 처음에 전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성공한 콘텐츠 하나 소개해 드리고 마무리할까 합니다. (브런치는 아니구요)


오사사(오사카에 사는 사람들)라는 유튜브 채널입니다. 요새는 아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저는 초기부터 이 채널의 구독자였습니다. 초기엔 부동산 업체 홍보 채널이면서 그냥 오사카 소개하는 채널이었죠. 전 그저 오사카에 종종 여행을 가는 편이었기에 구독을 했요.


이 채널이 변신을 하게 된 건 코로나 때문입니다. 이 회사는 주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왔는데, 코로나 때문에 한국인 유학생도 관광객도 뚝 끊기니 회사는 엄청난 위기를 맞습니다. 이때 방향 전환을 한 것이 오사카 지역의 술집이나 식당 등을 소개해주는 것인데요. 코로나로 지역 경제가 어려우니 함께 잘 견뎌보자는 취지였죠


그런데 이게 엉뚱한 방향에서 대박이 터져요. 평소 퇴근길에 술 한잔 하는 것을 좋아하던 마츠다 부장(주로 출연하는)의 매력과 새로운 컨셉이 시너지를 낸 겁니다. 주객이 전도 됐달까? 식당이 아닌 마츠다의 인기가 폭발한 거죠. 이후 조회수와 구독자가 폭증하고, 지금은 성시경, 정준하, 유현준 등 다양한 분야 셀럽들과 콜라보를 하고 있어요.


오사사 채널과 콜라보한 성시경의 먹을 텐데 (©성시경의 먹을 텐데)


오사사 채널을 처음 기획했던 분들도 작은 부동산 업체에 다니는 50대 부장의 술 마시는 모습을 누가 보러 올 것이라는 생각은 1도 없었을 겁니다. 설령 그걸 보러 오는 사람이 있다 해도 부동산 회사가 그런 콘텐츠를 만들 이유도 없죠.


하지만 계속 콘텐츠를 만들면서 위기 속에 길을 찾게 되고, 또 오히려 성장의 기회도 만들게 된 겁니다. 결국 제 결론은 버텨라, 같은 것이 돼버린 것 같습니다만.. 버티는 와중에 조금씩 길이 보일 거란 점은 확실합니다. 처음엔 전혀 예상도 못했던 방향으로 말이죠.


아마도, 저는 3단계까지 밖에 못 왔지만 이 글을 보시는 분 중에더 누군가는 이보다 더 많은 단계를 나아가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인 분들에게는 앞으로 이런 고민들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고 조금은 참고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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