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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프로 Nov 14. 2020

공간이 만든 공간, 유현준

건축과 인문이 만든 공간

<공간이 만든 공간>은 건축가가 쓴 책이지만 인문학 책이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나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와 함께 읽으면 참 어울릴 법하더군요. 역사서에 가까운 건축학 개론이랄까? 혹시 건축학 개론이 원래 이런 걸 배우는 과목이라면 학생 때 한 번쯤 들어둘 걸 그랬습니다!! 



동양과 서양의 건축


<공간이 만든 공간>은 '기후'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동양과 서양의 기후는 어떻게 다르고, 기후에 따라 농작물은 어떻게 달라지며, 이에 따른 문화의 차이는 어떻게 발생했는가를 서술하죠.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서 하는 벼농사는 홍수나 가뭄의 피해를 막기 위해 물을 다스리는 치수 사업이 필요했다. 벼농사에는 저수지와 보를 만들거나 물길을 만드는 토목 공사가 필요한 것이다. 반면 밀 농사를 할 때에는 개인이 씨를 뿌리면 되고 치수를 위한 대형 토목 공사도 필요 없다... 따라서 벼농사 지역의 사람들은 집단의식이 강하고, 밀 농사 지역은 개인주의가 강하게 나타난다.

공간이 만든 공간 중 - 유현준 저   


이런 문화와 기후의 차이가 건축 양식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데.. 동양은 비가 많이 오는 관계로 땅과 만나는 부분에 주춧돌을 놓고 그 위에 나무 기둥을 세웁니다. 또 이 나무 기둥을 젖지 않게 하기 위해 처마를 길게 뽑는 지붕을 만들죠. 

동양적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축물인 <경회루>


서양은 상대적으로 적게 오는 비 탓에 지붕보다는 벽을 사용해 외부와 구분 짓는 공간을 만들고, 기둥이 없는 구조라 창을 크게 내지 못합니다. 이에 따라 안에서 밖을 보는 구조가 아니라 밖에서 건물을 보는 형태로 발전되어 왔죠. 


벽 중심의 서양 건축물, 창은 세로로 길게 만들어져 있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 건물을 세우는데, 정작 우리가 필요로 하는 부분은 그 건물 자체가 아닌 비어 있는 공간입니다. 이 비어 있는 작은 공간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땀눈물'이 필요한지 생각하면 참 허무한 느낌이 들죠.


인간의 건축 행위는 일차적으로 물체를 만드는 것이지만, 최종 목적은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빈 공간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단순히 물체만 만드는 것은 조각이다.

공간이 만든 공간 - 유현준  


이렇게 다르게 발전해온 동서양의 건축 양식은 서양이 동양의 건축물을 접하게 되면서 획기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기둥을 통해 벽 대신 시원하게 트인 공간을 연출하고, 지붕이 외부로 나와 처마의 역할을 하게 되는 근대의 건축물 형태가 등장하는 거죠. 


결론적으로 서양의 근대 건축은 기술 혁신과 동양 건축 유전자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2세대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시작을 연 사람은 미스 반 데어 로에와 르 코르뷔지에라는 건축가다.

공간이 만든 공간 - 유현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베를린 국립 미술관




미래의 도시는 어떻게 변할까?  


최근 현대자동차는 이름을 '현대 모빌리티'로 바꾼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새로운 이동 환경을 만드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은 듯합니다. 얼마 전 뉴스에서 서울에 '드론 택시'를 도입한다는 기사도 실린 적이 있는데, 현대자동차와 한화가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죠.

 

당시 시연 때 쓰인 드론이 중국의 <이항 216> 기종이라는데.. 몇 년 전 방문했던 CES 행사에서 최초의 유인 드론이라며 전시했던 걸 본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CES에서도 굴기를 하고 싶었는지, 중국의 전자 제품들이 대거 출품을 했지만, 드론 빼고는 보기에 좀 민망한 수준이더군요. 

중국의 '이항 216' 중국은 드론에 있어서는 세계 최강국이다.


여튼, 왜 갑자기 드론 이야기냐면, <공간이 만든 공간>에 미래의 도시에 대한 현대차와 도요타의 비전을 비교하는 내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자동차의 미래 도시상에 대해서 유현준 교수는 상당히 비판적이죠.


2020년 현대자동차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발표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쌍엽기가 날아다니는 도시를 꿈꾼 사람의 그림자를 엿보았다. 드론 교통수단은 딱 그 정도 수준의 미래상이다. 드론은 축소판 헬리콥터다.... 수 톤 무게의 자동차가 날아다니는 것은 헬기가 나는 것과 똑같다. 그런 비행체가 열 대만 날아다녀도 시끄러워서 살 수 없을 것이다.

공간이 만든 공간 - 유현준


이국종 교수 덕에 한때 '닥터헬기'에 대한 관심이 높던 시절, 해당 지역에 있는 주민들이 헬기 소리에 민원이 많다는 기사들이 있었는데, 자동차들이 하늘을 날아다닌다면 그것보다 훨씬 심하지 않을까 하는 말인 듯합니다. (직접 날아다니는 걸 본 적은 없으니 정확히 상상은 안 가지만..)  

대략 3-5년 후에 등장한다는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모빌리티. 당분간은 강변으로만 다니지 않을까?


그에 비해 도요타는 좀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죠. 


반면 도요타는 비슷한 시기에 우븐 시티 Woven City 계획을 발표했다. 이 도시의 여러 아이디어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지하에 만들어진 운송 전용 도로망이다. 도시의 지하 1층에 자율주행 로봇들만 다니는 도로망을 만들었다. 이 로봇은 엘리베이터를 통해서 각 세대의 거실로 직접 물건을 배달한다.

공간이 만든 공간 - 유현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기를 그린 과거의 SF 영화를 보면 너무 앞서 나간 것도, 아니면 그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기술들이 나와 있기도 합니다. 미래 도시의 모습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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