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5년 이상 나의 등껍질이 되어주던 매트리스를 버리고 새것을 들여왔다. 매트리스 소독 기사님께서 내 헌 매트리스의 집 먼지 진드기가 상당하다며 염려의 말씀을 하셨다. 매일 밤 반려견과 동침한 탓에 그럴 확률이 높다 하시며. 폐기물 스티커를 붙이고 단지 내 분리수거장에 매트리스를 옮기며 목이 메어왔다. 눈물이 나려는 마음이 새삼스럽지는 않았다. 크기가 어떻던 나와 시간을 보낸 물건들을 떠나보내는 것은 고역이다. 사물 하나하나에 감정이입을 하는 나로서 새로 자리 잡은 커다란 매트리스가 얄밉게 느껴졌다. 하지만 곧이어 아무것도 모르는 채 배송트럭에 실려 왔을 이 친구에게도 연민을 느끼고야 말았다.
물건을 착실히 쌓아두는 버릇은 아기 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 할머니께서 손수 만들어주신 무지개 줄무늬 베넷이불. 보풀이 잔뜩 생겨 만져지는 오돌토돌한 감각을 참 좋아해 보풀이 떨어질 때마다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불솜은 몇 번이나 갈아 끼웠지만 한껏 헤진 이불보만은 버릴 수 없다며 떼를 쓰곤 했다. 얇디얇았던 조그마한 이불보는 밤에는 나만의 은신처가 되기도, 낮에는 훌륭한 소꿉놀이용 식탁보가 되기도 했다.
하다못해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주워 와서도 각각 이름을 붙이고 친구처럼 대하곤 했다. 모난 돌이 있으면 고사리 같았던 손으로 열심히 다듬어 모양을 냈다. 하트 모양 토피어리를 담은 빨간 화분 위에 완성된 돌들을 하나씩 얹는 일은 소소하게 기쁨을 얻는 취미 중 하나가 되었다. 그래봤자 남들에겐 평범한 콘크리트 돌조각들이었겠지만, 나에게는 만화 영화의 주인공이 지닌 마법의 돌 만큼 진귀한 보석들이었다.
수많은 사소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 집안 곳곳에서 숨바꼭질을 한다.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소장하고 있다고는 못하겠지만, 대부분이 알맞은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여러 개의 빈 공간을 수년간 차지하고 있다. 단연코 정갈하다는 느낌을 주는 공간은 아니지만, 매일 밤낮 함께하는 이 모든 것들이 모여 나라는 개인의 실재하는 아카이브로서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빼곡히 저장된 순간의 기록들은 하나의 뭉텅이가 되어 내 삶의 발자취를 조용히 비춰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지워낸다. 지워낸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저장하고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가야 하기에. 하지만 쉴 새 없이 밀려들어오는 경험과 정보의 파도에 지친다면, 자신만의 아카이브에서 하나를 집어 그 시절을 돌이켜 보자. 차마 내다 버릴 수 없던 소중한 의미를 되새긴다면 반드시 현재의 삶에서도 그만큼 소중한 것들의 빛을 따라 캄캄하기만 한 길 위를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