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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레드밀 Apr 30. 2024

목적을 이루는 삶

성공하는 행복한 나의 하루

'목적을 이루는 삶'이라니 어찌나 거창한지 모르겠다. 100억 부자, 갑부가 되는 삶, 월드 스타가 되는 목적이 아니어도 좋다. 그저 사소하게 하나하나 별을 세듯 내 삶의 목표들을 그리고 도달한다. 우리는 늘 이런 삶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누군지 모를 막연하게 대단한 사람들이거나 잘난 사람들의 삶이라 여겨왔다. 내 올해 첫 번째 목표는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이었고 됐다. 두 번째 목표는 작업실을 갖는 것이었고 가졌다. 세 번째 목표이자 올해 내 삶의 모토인 '보여주고 꺼내는 나'를 잘 이루며 지내고 있다. 생전처음 소셜 네트워크에 얼굴을 드러내고 활동하고 있으며 몹시 망설여졌지만 다음 달에 단체 전시에도 참여한다. 가장 사소하게는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다 보니 운동이 소홀해져 <100일간의 스쾃 백개>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오늘 아침까지 순항 중이다. 이렇게 사소하지만 나는 마음먹은 것들을 이뤄가며 내가 마음먹은 대로 산다. 이것이 나의 목적을 이루는 삶이다.


최대한 잔소리를 자제하는 엄마지만, 고등학생이 된 딸에게 못내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목표를 정하고 시도해 보는 걸 주저한다는 거다. 돌이켜보면 그나이의 나도 그랬다. 뭔가 너무 애쓰는 모습이 멋지지 않아서 그러기도 했고, 적당히 해도 크게 못하지 않는 편이기에 생긴 자만심이었는지도 모른다. 대충 살아도 잘 살 줄 알았다. 딸아이의 속내는 아직 잘 모르겠다. 스스로 어떤 마음인지 본인이 구체적으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솔직한 마음을 얘기해 보라면 지금의 상황을 부담스러워하는 모습만 보인다. 안타까운 마음에 이런저런 제안을 하면 엄마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신을 몰고 가려한다고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고등학교 1학년, 뭐든지 할 수 있는 나이인데, 그건 불가능하다고 스스로에게 절망적인 말들을 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된다. 성적을 몇 등 이상 유지하라거나 꼭 무엇을 쟁취해 내라고 강요하지 않을 테니 하루하루 바른 삶을 유지하는 것이 엄마의 바람이다. 소박한 바람인척 말하지만, 이런 십대는 거의 유니콘 아닌가?  학교생활과 공부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있다보면 좋은 선택을 할 것이고 나쁜 선택이라도 본인의 선택을 할 것이다. 뭐가 어쨋든 이 사춘기 아이에게는  엄마 말은 다 잔소리인가 보다.

"엄마가 하는 이런저런 말들은 네가 가질 수 있는 목표를 제안하는 것이니 꼭 따르지 않아도 좋고, 네 생각과 다르다고 네가 틀리다는 건 아니다. 너 자신을 믿고 우선 목표를 세워해 보라"고 마무리 했다.


작업실의 이런저런 제약들 때문에 수강생이 생기면 좋고, 아니면 말고 하는 마음이었다. 이거 아니면 안된다는 아등바등하는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것도 나이 먹으니 조금 쉬워지는 일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수강생이 생겼다. 아등바등 까지는 아니지만, 한 명으로는 시급도 안 나오기 때문에 이게 맞나 싶어졌다. 그래, 누군가와 인연이 되면 또 오겠지, 한 명이라도 오니 작업실 운영엔 그만큼 도움이 되지 않는가? 밝은 면을 보고 다음 목표로 수강생 한 명을 더 추가한다.


수강생이 생기니 나 혼자서는 불편해도 감수하고 지내려고 했던 조명이 거슬린다. 이곳의 조명은 매입된 등박스 안에 형광등이 들어있는 구식이다. 구식인 것까진 감안하겠는데, 형광등 개수에 비해 어두워 그림을 그리기 불편한다. 등기구 자체를 바꿀까 하다가 LED모듈을 구입해 리폼했다. 사실해보면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알고 싶지 않고 으면 사람을 불러서 하면 된다. 처음 입주하는 날 형광등이 나갔다며 사람을 불러서 교체해 줬다. 임대인이 얼마를 지불했는지 몰라도, 그렇게 해결하는 게 너무 아까웠다. 차라리 나한테 비용을 지불했으면 LED등으로 바꿨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그냥 지내려고 했다. 짧으면 1년 길면 2년 지낼 작업실이니까...

수강생이 생기니 수강생에게 적당한 환경을 제공해줘야 한다는 의무감도 따라와 결국 등을 LED로 교체했다. 1년 뒤에 떼갈게 아니기 때문에  왠지 재료비에 내 인건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세입자의 설움이다. 모듈 구입비용만 10만 원 정도가 들었다. 쪼잔하게 이런 걸 아까워하나 싶지만 내 집이 아니면 다소 그런 생각이 든다.


이곳 작업실에 들어오던 날 등박스 안에 낡은 형광 등을 보고 교체하고 싶어진 그날, 새로운 목표가 하나 생겼다. 내 다음 목표는 업무용 오피스텔을 매수하는 거다. 오피스텔이 부동산으로서 가치가 좋지 않다지만, 나는 매달 이렇게 월세는 내는 것보단 내가 주인이 되는 게 낫겠다 싶다. 내 취향껏 내 작업실로 적당하게 꾸미는 것도 간절하다. 성공을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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