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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레드밀 Apr 23. 2024

간헐적 운동 연대기

가늘고 띄엄띄엄하게 운동하기

'백일동안 매일 스쿼트 백개하기'를 시작한 이틀째다. 무슨 일이든 시작이 제일 어렵다. 이 시작을 조금 쉽게 하는 방법은 생각났을 때 바로 하기다. 마음먹기가 제일 어려운 일이라지만 마음먹기는 어느 단계일까? 빨리 해야 하는데, 언제고 그걸 해야 하는데....처럼 막연한 생각은 확실히 아닌 거 같다. 단계가 정해지지 않은 계획은 계획이 아니고 꿈이고 소원이다. 꿈이나 소원은 아름다운 말이지만, 이미 현실성이 없다는 굴레를 씌워놓은 것처럼 느껴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실행을 위한 단계, 구체적 단계를 모르겠으면 '우선 가보기', 리스크가 없다면 '우선 시작하기'가 필요하다.



시작하고 나면 어쨌든 실행단계다. 100일 미션 완수는 그다음 문제다. 어제 그렇게 우발적으로 백일동안 매일 스쿼트 백개하기를 시작했다. 처음은 아니고 일 년에 한 번 정도 백일동안 스쿼트 백개를 한건 10년 정도 됐다. 오늘 이틀째라 아침에 일어나니 허벅지가 땅기고 아프다.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 오늘의 할 일을 끝내버린다. '매일 스쿼트 백개하기'가 원래의 목표였는데 계획대로 매일을 꽉 채우다 일주일에 서너 번이면 잘한 거라며 정신승리 하다 보면 느슨해지고 게을러진다. 그래서 적어도 일 년에 백일은 꽉 채워서 하자로 바꿔 실행 중이다.


나는 운동을 진짜 싫어했다. 어린 시절 피구에 관한 기억을 쓰면서 밝혔듯이 운동은 나를 움츠러들게 하는 말이었다. 30대 중반, 아이를 키우면서 목디스크가 파열돼 일상이 불가능한 지경이 됐다. 목디스크로 몇 년을 고생하고 돈들이고 시간들이고 비싼 모가지가 됐는데, 이게 운동을 안 하면 수시로 아프다. 목디스크는 목만 아프지 않다. 팔, 등, 머리, 나의 경우 턱 통증도 있고 귀도 많이 아프다. 목포함 척추기립근이 너무 없어서 조금만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무리를 하면 다시 아펐다.  20대 땐 지금보다 체중이 7~8킬로 덜 나갔어도 마른 비만이라고 할 정도로 몸에 근육이 없었고 늘 여기저기가 아펐다. 그때 등이나 목에 수시로 담이 들었고 두피를 감싸는 근육도 욱신거렸는데 나는 그때는 그게 두피근육이 아픈 건지도 모르고 편두통인 줄 알았다. 이 모든 게 디스크파열의 전조였다.


 디스크파열 이후 처방받은 스트레칭이랑 요가랑 시작했다. 요가는 그나마 속도가 느리고 마음이 편안해져 가끔 클래스를 들었던 운동이어서 다시 열심히 하자 했지만, 흐지부지 게을러지면 어김없이 아펐다. 미국에서 보험으로 커버되는 비싼 카이로프락틱도 가보고 한국에 올 때마다 도수치료도 받고 침도 맞았지만 잘한다는 병원일수록 운동치료를 많이 했고 운동을 강조했다. 그러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매우 우울한 겨울을 보내며 아이를 위해서도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밖에 나가서 하루 5~6킬로를 걷고 뛰었다. 처음 운동의 밝은 면을 맛봤달까? 나는 그 동네를 사랑하기 시작했고, 그곳에서의 삶과 나를 바라보게 됐다. 4월까지 눈이 오는 곳이라 겨울엔 집에서 팔 벌려 뛰기, 팔 굽혀 펴기, 스쾃, 요가 같은 사소한 운동을 하면서 생존이 점차 편안해져 갔다. 별거 아닌 운동이지만 습관이 되니 꾸준히 하게 되었다.


7년 전 한국에 돌아와서 나는 마음이 급했다. 30대가 지나가 버린 게 두렵기도 했고 빨리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났다. 9월에 입주해, 그해 겨울, 아파트짐에서 열심히 운동을 했고 근육량이 정상~좋음이 되어 뿌듯했다. 봄이 되자 생전처음 자의로 뒷산에도 올랐다. 그림을 그리고 미술학원을 하면서 시간이 모자라 운동을 짧고 굵게 해야겠어서 산에 오르기 시작했는데, 등산은 정말 운동효과도 정신수련에도 최고였다. 큰 산은 아니지만 가파른 그 뒷산을 처음에 올랐을 때는 왕복 한 시간 반 걸리던 게, 한 시간으로 줄어들었다.


3년 전 이동네로 이사오고는 걷고 등산하며 좀 여유 있게 지냈다. 동네 산이라도 한적한 시간에 혼자서 산에 가는 건 꽤 용기를 요하는 일이다. 인근의 수원지 둘레나 천변을 걸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걷는 건 좋지만, 사실 평지를 걷기만 해서는 운동의 효율이 좀 떨어지기 때문에 종종 산에 오르고 100일 꽉 차게 스쾃 100개 하기를 했다. 최근 다시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면서 낮에 최대 5~6시간 확보하기가 빠듯해 운동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나의 사소한 운동습관 발동시점이다.


며칠 전부터 천천히 발동을 걸었다. 갑자기 스쿼트 100개를 하면 허벅지가 꽤 아프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20개씩 30개씩 시작했다. 그리고 어제 100일 미션을 시작했다. 되도록 오전에, 되도록 100개를 이어서 하는 게 좋지만 100일 동안은 어떻게든 하루 100개를 완수한다. 익숙해지면 10분 안에도 가능하고 꼼꼼하게 해도 15분이면 가능하다. <내면소통>이라는 책의 저자인 김주환교수에 의하면 평상시의 심박수와 최대심박수 사이의 60~70% 구간을 존 2(zone2) 심박구간이라고 하는데, 이 존 2구간의 심박수로 운동을 하는 게 몸도 두뇌도 젊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운동으로 몸에 열을 내는 건 어떤 온열치료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다. 건강에 대한 염려로 운동을 하자는 건 아니고 막상 해보면 일상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운동을 열심히 하는 범주에 드는 사람도 아니고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감히 하는 말이다. 아주 사소하게 라도 시작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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