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육아휴직에 들어가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였다. 계획대로라면 나는 아이가 입학하기 전 1월에 이미 육아휴직을 시작하고 있었어야 했다. 그러나 나도 아내도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아이가 더 어릴 때는 아내가 육아휴직을 썼기에 초등 입학과 함께 이번에는 내가 휴직을 낼 계획이었다. 나는 공무원이어서 육아휴직을 쓰는데 큰 제약이 없었으나, 휴직을 할 경우 외벌이로 인한 가정 경제의 어려움 및 직장 내에서의 승진 등의 고민으로 인해 휴직을 미루고 있었다.
아이는 당장 부모님의 손에 맡겨졌다. 부모님의 힘겨운 육아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매일 아침 우리는 출근하랴 부모님께서는 아이 밥 먹이시느라 옷 챙기시느라 가방 챙기시느라 정신없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이런 상황은 4개월간 계속되었다.
아이에게도 그리고 부모인 우리에게도 초등학교 1학년 1학기는 혼돈 그 자체였다. 초등학교는 그동안 겪었던 어린이집과 유치원과는 외형은 비슷해 보이지만 그 간격은 너무 커서 한 단계가 아닌 두 세 단계를 뛰어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이는 병설유치원을 다녔기에 초등학교에 익숙한 면도 있었지만 교육체계 자체가 많이 달랐다. 아이들에게 자율권이 많이 부여되었고 자유시간도 많았으며 오랜 시간 교실 책상에 앉아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신체적인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증가하는 것 같았다. 또한 어린이집, 유치원과 달리 하교 시간이 빠르기 때문에 하교 이후 시간에 대한 안전 및 돌봄 대처도 해야 했다.
부모님께서는 아이를 잘 돌봐주셔서 그나마 직장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초등 1학년 1학기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부모님께서는 육아에 정성을 다하시느라 체력이 고갈되어가셨다. 저녁이 되시면 녹초가 되어 쓰러지신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걱정이 앞섰다. 거기다가 아이의 학교에서는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아이 문제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아내에게 전화가 왔는데 나중에 아내는 전화가 오는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전화 상담 내용은 아이가 다쳤다던지, 다른 아이를 실수로 다치게 했다던지, 친구랑 싸웠다는 이야기, 수업시간에 집중을 안 하고 떠들고 돌아다닌다는 이야기 등이었다. 내 아이 때문에 학교에서 이렇게 전화를 많이 받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에 아내도 스트레스를 받았고 나도 놀랐고 걱정이 되었다.
퇴근을 하고 나면 이미 몸과 마음은 쉬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는데 아이의 다음 날 준비물이며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학원들은 잘 다니고 있는지 묻고 챙길 여력이 생기지 않았다. 학교에서 아이의 일로 전화라도 온 날이면 아이에게 왜 그랬는지 물으면 아이는 자꾸 캐묻는 것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아했고 부부간에도 언성이 높아지는 날이 많았다. 맞벌이 부부로서 신체적 정신적 여력이 부족했기에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고 투정도 받아주지 못하고 욱해서 화를 내고 다짐을 받고 그러고 나서 다시 미안해지는 상황을 반복했다.
1학년 1학기도 끝나가는 무렵 승진을 하고 발령이 나게 되었다. 더 이상 아이를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또한 그 해 초부터 직장에서의 육체적 정신적 피로로 인하여 육아휴직을 결심하게 되었다. 이미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몇몇 남성 지인들로부터의 조언도 육아휴직에 대한 용기를 가지게 해 주었다. 발령 직후 휴직을 들어가게 되어 근무지에는 피해를 끼치게 되어 죄송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으나 아이를 생각하면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관리자분들께 상황을 자세히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였다. 관리자분들이 이해해준 덕분에 마음 한편 미안한 마음을 가진 채 휴직에 들어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