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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란드 May 09. 2020

두 발 자전거 배우기

아이와 보내는 행복한 순간들(아이의 사생활 속으로)

  TV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아이가 두 발 자전거를 처음으로 배워서 혼자 타는 장면이 감동적으로 그려지며 자주 나온다. 나는 어떻게 두 발 자전거를 탔는지 기억이 없다. 다만 누가 도와주거나 지켜봐 주지 않고 혼자서 끌고 다니다가 탔던 것 같다. 그래서 내 아이의 두 발 자전거 배우기는 내가 꼭 지켜봐 줘야겠다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아이의 자전거 역사는 이렇다. 아이가 어릴 적 세 발 자전거를 사줬으나 한 번도 제 발로 타지는 않았고 유모차와 병행하여 아이를 태워서 밀고 다니는 용도로 사용했다. 그 후 킥보드를 아이의 삼촌이 사줘서 신나게 타고 다녔다. 그래서 더욱 세 발 자전거와는 인연이 멀어졌다. 킥보드를 타다가 이마를 벽에 부딪혀 이마가 찢어져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전신마취 후 수술을 하는 일을 겪은 후로 킥보드는 타지 않았게 되었다. 그 후 아이의 조부모님께서 사주신 두 발 자전거를 뒤에 보조바퀴를 달고 네 발 자전거로 타기 시작했다. 간혹 아내와 내가 주말이나 시간이 날 때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끌고 나가서 즐겁게 탔다. 

  아이가 1학년 때 육아휴직을 하고 나서도 자전거를 많이 타지 못했다. 아이는 학교로 학원으로 어른만큼 바쁜 일상을 보냈고 여름 방학도 더운 날씨로 인해 자전거를 거의 타지 못했다. 아이의 자전거의 바퀴는 새 것인 것 마냥 애처롭게 깨끗해 보였다. 그렇게 가을이 지나고 겨울방학이 되었고 겨울은 추위로 인해 더욱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또 겨울방학 들어가기 직전 아이가 넘어져서 무릎이 찢어져서 봉합 수술을 하는 바람에 더욱 타지 못하게 되었다.

  봄이 다가오면서 아이를 데리고 자전거를 타러 다니기 시작했다. 주로 하천을 따라가는 자전거 도로에서 탔다. 그러다가 아이가 보조바퀴를 달고 자전거를 타는 것이 친구들 보기에 창피하다면서 보조 바퀴를 떼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유난히 겨울이 춥지 않았던 2월에 자전거 샀던 곳에 가서 보조 바퀴를 떼고 왔다. 거기서 일하시는 분께서 두 발 자전거 배우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흔히 보듯이 뒤에서 잡아주면서 가르치지 말고 혼자서 발을 구르면서 끌면서 배우면 부모도 힘들지 않고 더 빨리 배울 수 있다고 하셨다. 만약 그때 그분 말을 못 들었다면 아마 영화나 TV 드라마 장면처럼 뒤에서 잡아주면서 가르치는 풍경을 연출했을 듯싶다. 아이는 2월 두세 번 연습을 한 후에 3월 초에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삼촌을 6개월 만에 만나는 날 갑자기 혼자서 두 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학교 운동장에서 두 발 자전거 타기를 안전하게 며칠 더 연습을 하고 나서 하천가 자전거 도로에 나가서 자주 탔다. 조금 힘에 부치는 거리도 가보면서 다리 힘도 길러 주었다. 두 발 자전거 타기에 성공해서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처음 탈 때는 할아버지께서 응원하러 오시기도 하셨다. 휴직 기간 동안 아이에게 두 발 자전거를 빠르고 안전하게 배우게 해 준 것은 참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아이는 이제 기어가 달린 내 자전거를 부러워하면서 다음번에는 기어가 달린 멋진 자전거를 사달라고 벌써부터 부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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