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떠나요
육아휴직에 들어간 직후였다. 육아 휴직하면 하고 싶었던 일들을 실행시키고 싶어서 의욕이 가득한 상태였다. 그즈음 아이가 애국가 배우기에 열심히 였다. 잘 발음이 안 되는 애국가를 틀려가면서 부르는 것이 무척 귀여웠다. 애국가를 부르는 아이에게 재미로 물었다. “민준아, 네가 지금 부르는 노래 속에 나오는 남산이 어디 있는 줄 알아?” 아이는 당연히 알 리가 없다. “몰라” 그때 갑자기 아이에게 남산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것이 체험학습의 목적이 아닌가. 남산에 가는 것으로 체험학습 장소를 정하고 가는 김에 서울에 가볼만한 체험지를 생각해봤는데 많은 부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이가 공부하는데 자극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서울대학교를 같은 날 방문지로 선택했다. 서울대학교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대학이고 서울대학교 안에는 규장각, 박물관, 미술관도 있어서 함께 둘러봐도 좋을 것 같았다.
아침 일찍 우리 둘은 가벼운 마음과 차림으로 차를 몰고 남산으로 향했다. 남산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다. 오전부터 체험학습 온 초등학생들과 외국 단체 관광객들로 붐볐다. 나도 아이 덕분에 처음으로 남산에 올랐다. 결혼 전 서울에서 생활할 때 근처는 지나가 봤지만 올라가 보지는 않았던 것이다. 아이 덕분에 나도 내가 좋아하는 여행을 하니 좋았다. 전망이 좋아서 남산에서 청와대까지 보였다. 나중에 저기도 가보자고 약속했다. 이미 버킷리스트에 청와대 방문을 넣어 놓은 상태였다. 남산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온 며칠 뒤 케이블카 운행 중 실수로 멈추는 것을 놓쳐서 많은 사람이 다쳤다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다행히 사망사고까지 나는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며칠 전 다녀간 곳에서 사고가 났기에 좀 놀랐었다. 남산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내려오니 점심 식사 시간이었다. 계획은 서울대학교에 가서 학생들과 함께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시간이 너무 흘러서 남산 돈가스를 먹기로 했다. 기대했던 맛은 아니었지만 요기를 하고 서울대학교로 향했다. 가는 도중 아이가 잠들었다.
서울대학교에 도착하여 규장각을 찾았으나 주차 차단막이 막고 있어 들어가지 않고 서울대학교 미술관을 먼저 방문했다. 안전에 관한 주제의 작품들과 어린 학생들의 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색다른 관람이었다. 미술관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시원한 스무디를 나눠 먹고 걸어서 근처에 있는 서울대학교 박물관에 갔다. 근데 수리 중인지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하고 서울대학교 규장각을 향했다. 조선왕조실록 및 유명인들의 고문서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장소 같았다. 거기서만 파는 왕 행차도가 그려진 종이테이프를 사지 못해서 두고두고 아이의 핀잔을 듣고 있다. 서울대학교 매점을 방문하기로 했는데 거기서는 그 테이프를 팔지 않았던 것이다. 매점에서 기념품으로 지우개를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육아휴직 후 첫 체험학습은 이렇게 끝났다. 하루 한나절 여행이었지만, 학창 시절 어떤 여행보다 즐거웠고 기억에 새록새록 남는다. 아이의 기억 속에서도 즐겁고 유익한 여행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