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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란드 May 08. 2020

동물 키우기, 식물 기르기

아이와 보내는 행복한 순간들(아이의 사생활 속으로)

  아이들은 동물을 좋아한다. 싫어하는 아이도 있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동물들을 무서워하기도 하면서 좋아한다. 부모들은 동식물을 체험해주기 위해 동물원에도 데려가고 곤충박물관, 식물원 같은 곳도 방문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집에서 동물이나 식물을 키우고 싶어 한다. 이때부터 가정마다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어떤 부모는 동·식물을 너무 싫어해서 절대로 못 키우게 하고, 식물만 괜찮다는 부모도 있을 것이고 둘 다 괜찮지만 허용할 수 있는 종류를 못  박기도 한다. 어느 집이던지 키우고 싶다고 모든 동식물을 키우는 가정은 없을 것이다. 

  우리 집에서는 물고기나 수생동물 그리고 손이 많이 안 가는 조그만 동물은 허용하였으나 아내는 집안에 동물 기르는 것을 싫어했다. 그래도 아빠인 내가 관리를 잘하면 반대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해서 아이가 처음 키운 것은 물고기였다. 언제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아이가 꽤 어릴 적 구피랑 열대어 한 마리를 사다가 키웠다. 열대어는 곧 죽고 구피만 살아남아 번식에 번식을 거듭하여 지금 많은 개체 수로 번성하고 있다. 물고기만 키우다가 내 고향에 방문했을 때 바닷가에서 육지로 나온 바닷게 한 마리를 잡아서 집으로 가져왔다. 꽤 오랫동안 생존했고 아이를 설득해서 다시 놓아주었다. 7살 때 친구들이 햄스터를 키운다는 것을 듣고 며칠을 애원하기에 햄스터 한 마리를 사줬다. 매일 밥도 주고 만지고 쳐다보고 지내다가 어느 날 움직이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먹이도 잘 주고 물도 잘 주고 청소도 잘해줬는데 너무 빨리 죽어서 아이는 많이 슬퍼했다. 아마도 나이가 많은 햄스터를 구매한 것 같았다. 아이와 함께 집 근처 공터에 햄스터를 묻어줬다.

  8살이 되어서는 누가 기르는 것을 보고 왔는지 거북이를 기르고 싶다고 했다. 나도 키워본 적이 없고 파충류여서 좀 꺼려졌지만 하도 성화여서 한 마리를 사 가지고 왔다. 기본적인 장비도 갖추고 키우는데 생각보다 냄새도 안 나고 먹이 주는 것도 힘들지 않았고 키우는 재미가 있었다. 지금은 꽤 성장하여 처음 살 때 보다 두 배는 큰 것 같다. 우리 집에 사람 빼고 가장 고등 동물은 이 거북이다. 형제가 없는 아이 입장에서는 가장 친근한 동물이 거북이인 것 같다. 2학년이 되면서 그리고 코로나로 학교를 못 가는 생활이 계속되면서 거북이에게 더욱 애착을 느끼는 것 같았다. 큰 소음을 내거나 수조를 툭툭 치며 놀라게 하고 만져보려고 하는 등 거북이를 못 살게 굴어서 아내와 나는 못 괴롭히도록 주의를 여러 번 주었지만 잘 고쳐지지 않았다. 남자아이들이 간혹 가지고 있는 자기보다 약한 동물을 괴롭히고 싶어 하는 마음인지 모르겠다. 그러다 문득 형제가 없는 아이가 이 거북이를 형제나 친구처럼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 후로 너무 야단을 치지는 않았다. 아이도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동물도 괴롭히면 힘들겠다는 공감능력도 생기는 듯 보였다. 고양이나 강아지를 키우자고 자주 이야기하지만 이건 아내에게 그리고 나도 절대 반대이므로 아이도 계속 고집하지 않는다.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거북이의 새끼 때 모습

  

  아이는 나를 닮아서 식물 기르기에도 관심이 많다. 보유하고 있는 식물이 많지는 않지만 아이는 어릴 적부터 베란다에 나가서 바지가 다 젖도록 식물에 물 주고 청소하는 것을 좋아했다.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물 주는 것을 좋아해서 우리 집 식물들은 무성히 자라고 있다. 학교 수업시간 실험재료인 나팔꽃과 봉선화 씨앗을 가져와서 천정에 닿도록 줄 타고 기르고 콩나물도 많이 키웠다. 아이가 2학년이 되는 봄에는 여러 번 이사하면서도 손보지 못했던 화분들을 정리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으로 밖에 자주 나가지 못하는 시간은 화분을 정리하기 좋은 기회였다. 화분들 속의 식물들은 어른처럼 쑥쑥 자라 있는데 화분은 식물이 어릴 적 담겨있던 그대로여서 중심이 안 잡혀서 걸핏하면 쓰러지고 보기만 해도 갑갑해 보였다. 그동안 너무 좁은 곳에 갇혀있었을 식물들에게 미안했다. 아이와 마트에 가서 화분을 몇 개 사서 분갈이를 해줬다. 식물들 뿐만 아니라 보는 우리들의 기분도 상쾌해졌다.

  부모들이 동식물을 싫어하지 않고 육아휴직을 해서 시간이 여유도 있다면 아이가 좋아하는 동물이나 식물 몇 가지 길러보는 것도 산 교육이 되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집에서 어렸을 적 못 길러본 거북이나 물고기를 아이로 인해 길러보면서 재미있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 가져온 씨앗으로  키우고 있는 봉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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