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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Oct 24. 2022

갈대 같은 마음, 연약한 취약성의 힘

[1분 인생 힌트] 갈대 같은 마음, 연약한 취약성의 힘


완벽한 인간은 없습니다. 누구나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단점을 제거하고 싶어 합니다. 머리로는 단점이 없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면서도 가슴으로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단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예외이길 바랍니다. 내가 느끼기에 나의 단점은 너무도 크게 느껴지지요. 나만이 온 마음과 정신으로 겪어 본 나의 단점이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무덤으로 들어갑니다. 가장 안전한 곳.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 수 없는 곳으로 들어가 나의 단점을 꼭꼭 숨깁니다. 절대 발각되어서는 안 되는 것들을 묻어 둡니다. 나의 가장 연약한 것이 숨어 있는 곳. 그것이 들통났다가는 숨도 쉬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들기도 합니다. 완전히 쪼그라들거나 거센 태풍에 하나의 점이 될 때까지 멀리 날아갈 듯도 합니다. 우리를 엄청나게 취약하게 만드는 그것이지요. 


나의 가장 연약한 부분, 내가 가장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그것을 내가 숨기고 싶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모르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안전한 무덤 속에서는 절대 발견할 수 없는 그것은 무엇일까요? 



갈대의 미덕, 취약성을 드러내면 힘이 된다.


태풍이 와도 갈대가 부러지지 않는 이유는 줄기가 부드럽게 흔들리기 때문이라지요. 갈대가 생존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자신을 흔들리게 두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저항에 저항하지 않고 그 흐름을 타기 때문에 아무리 거센 바람이 와도 갈대는 안전할 수 있습니다. 갈대가 살아남는 법은 자기의 취약함을 온몸으로 드러내는 방법입니다. 사정없이 흔드는 바람에 온몸이 떨리도록 두면서 자기 안의 가장 깊은 곳은 오히려 안전하게 합니다. 온몸으로 세상의 밀고 당김에 저항하지 않으면서 뿌리째 흔들릴 일이 없게 만드는 방법이 갈대가 선택한 방법입니다. 



나는 세상의 바람을
온몸으로 겪고 싶다.



갈대의 방식은 우리가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하는 행동과는 정반대입니다. 무덤에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는 어떤 떨림도 들키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온몸으로 겪기보다는 온몸으로 피신합니다. 어떤 자극이 와도 안전할 수 있는 벙커 같은 곳에 숨어서 절대 안전을 추구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두려움과 불안을 지속하기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조금 무섭고 두려워서 피하기 시작했는데 피한다는 것이 그만 무덤을 파는 행위가 됩니다. 절대 안전과 안정의 요새를 만들려고 하는 동안 마음은 딱딱해지기 일쑤입니다. 굳은 살처럼 딱딱해진 마음은 그 다음 문제를 초래하지요. 단단한 마음의 갑옷을 입은 다음에는 굳은 살 자체가 우리를 아프게 합니다. 


내가 취약하다는 것을 가리기 위해서 도입한 많은 방법과 장치들이 나의 인간미를 제거합니다. 나의 인간미를 일부 제거한 채로 오랫동안 살아가면서 당분간은 성공하는 듯 보이지만 기어이 일이 터지고 맙니다. 인간이 인간이 아닌 채로 계속 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왜곡된 마음은 그 존재를 드러냅니다. 그때서야 우리는 깨닫습니다. 



내가 아닌 채로
너무 오래 살아왔다. 


오랜 세월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끌렸을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저 나로 살고 싶어. 아무 의무도 책임도 강요도 없는 곳에서 일주일만 쉬고 싶어.' 이런 말들은 그저 다른 진실을 곱게 포장한 말일지도 모릅니다. '난 가면을 쓰고 살고 있어. 나는 나에게 의무과 책임과 강요를 끊임없이 지우고 있어.' 이 말이 사실이라면 참 슬픈 일입니다. 나의 취약성을 드러내지 않은 결말이 이런 것이라니요. 


그래서 슬그머니 마음의 문을 열고 내가 거부했던 것들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희망이 생깁니다. 참 이상한 것은 처음에는 저 깊은 곳에 꼭꼭 숨겨 놓아야 했던 것들이 다시 보면 그렇게까지 흉물스럽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나를 괴물 같이 만들어 버릴 것 같았던 것들. 그것들을 숨기느라고 내가 괴물이 되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미처 몰랐던 것이지요. 내가 외면했던 것들을 바라보면 눈물이 터질지도 모릅니다. 그건 진심으로 진실을 알아보는 눈물이겠지요. 


갈대를 떠올릴 때입니다. 갈대는 바람이 불면 온몸으로 웁니다. 자기의 취약성을 마음껏 드러내고 아파하고 울 때마다 오히려 자기 존재의 기반이 굳건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울어야 할 때 울 줄 아는 것이 갈대의 미덕입니다. 울어야 할 때 울면 아프지 않다는 것을 갈대는 뿌리 깊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온몸이 전율하더라도 나의 보잘 것 없고 못난 부분을 다 드러냅니다. 그런 부분조차 나 자신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표현합니다. 



이게 나야.
난 나 자신이어도 괜찮아.
바람에 얼마든지 흔들려도 괜찮아.


세상의 바람에 저항하지 않고 자기 안에 묶어두지도 않은 갈대의 마음은 훨훨 날개를 펴고 자유를 누립니다. 내가 가장 연약하고 취약하다고 생각한 부분을 내가 포용할 때 우리도 갈대 같은 마음이 됩니다. 갈대 같은 마음으로 내 존재의 떨림을 허용할 때 예상치 못한 자유가 찾아옵니다. 내가 나 자신이어도 되는 자유는 오직 나 자신만이 줄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내가 스스로를 가두고 억제하고 외면하려고 애썼던 힘이 풀려나면서, 취약성이 온몸을 휘감고 우리를 떨리게 허용하면서 우리는 스스로 무덤에서 일어나 부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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