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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Oct 26. 2022

가짜 웃음, 얼굴 근육만 웃고 있네

[1분 인생 힌트] 가짜 웃음, 얼굴 근육만 웃고 있네


웃으면 복이 들어와요! 

정말 그렇습니다. 웃으면 좋은 일이 생깁니다. 웃는 얼굴에는 사람들이 더 호의적으로 대합니다. 웃는 얼굴은 자신감이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사회생활에 유리한 인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전제가 있지요. 그 웃음이 진심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힘든 이야기를 하면서도 웃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멋쩍은 공백을 메우려는 듯, 잠시의 틈이라도 보이면 안 되는 듯 웃습니다. 하하 헤헤 허허 호호. 웃는 그 모습이 어딘가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말하는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웃음 때문에 듣는 사람은 웃음이 나오지 않습니다. 가짜 웃음입니다. 


가짜웃음을 웃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요? 

잠시 그 마음을 들여다 봅니다. 



진심은,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심리상담 사례연구 모임에 가면 가끔 상담자가 수퍼바이저(상담자를 관리 감독하는 상담자의 선생님 상담자)에게 깨지는 상황이 벌어질 때도 있습니다. 나이 지긋한 수퍼바이저가 상담자의 상담 사례를 듣고 여기저기 지적하며 가르침을 베풀면 하늘 같은 은혜에 감동해서 상담자는 울게 됩니다, 라고 하고 싶지만 그런 경우는 본 적이 없고 창피하고 속상하고 혼나는 것에 분하기도 하고 아무튼 일단 무서워서 등등의 이유로 울게 됩니다. 그러면 운다고 또 혼나지요. 


그런데 그럴 때 울지 않고 웃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수퍼바이저가 조목조목 지적을 하는데 쫄지도 않고 웃습니다. 정신을 어디다 둔 것인지 헤헤거리며 웃습니다. 이런. 우는 것보다 더 큰 일이 생길 것이 짐작이 되는 순간입니다. 누가 봐도 웃을 만한 상황이 아닌데, 진심이 아닌 것 같은데 웃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웃으면서 웃지 않는 속내를 방어하고 있습니다. 


가짜 웃음을 지을 때 우리는 감정을 스스로 속입니다. 어딘가 취약한 나의 내면이 드러나지 않도록 웃는 것이지요. 속이 웃고 있지 않는 것이 분명하니까 오히려 더 웃습니다. 그리고는 본인도 왜 웃는지를 모릅니다. 그냥 습관처럼 터져 나오는 웃음. 그러나 하나도 웃는 것 같지 않은 웃음. 가짜 웃음입니다. 어떤 때는 자기가 가짜 웃음을 수시로 터뜨린다는 것조차 모르기도 합니다. 때로는 이제는 자기가 그런다는 것을 알면서도 얼굴 근육만 웃고 있는 희한한 광경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얼굴 근육만 웃는 웃음은 명백한 가짜 웃음입니다. 

상처를 안 받으려고 너무 오래 훈련된 얼굴 근육은 힘들고 불편한 상황에서도 웃습니다. 처음에는 자기 속이 괜찮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 웃습니다. 하지만 점차 자기가 힘들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됩니다. 웃고 있으니까요. 겉으로 웃으면서 자기 자신도 속입니다. 나중에는 너무 습관화된 나머지 자기가 웃는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냥 말만 나오면 웃고 침묵이 이어지면 웃고 힘든 이야기를 하면 더욱 웃습니다. 



나 아프다, 아파 죽겠다!

진심 왈.



진심이 아무리 소리쳐도 웃습니다. 이런 상황이 어찌나 만연했던지 노래 가사에까지 등재됐지요.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진심은 상처 받았다고 이야기하지만 얼굴은 하나도 상처 받지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진심은 더욱 상처를 받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은 아무런 마음을 전혀 대변하지 않습니다. 이미 상처 받은 마음을 더 상처주지 않고 싶어 의식적으로도 무의식적으로도 그런 방식을 선택합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생깁니다. 상처를 안 받으려는 발버둥으로 인해 상처는 한 번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상처는 안에서 굳은 살을 만듭니다. 딱딱하게 굳어서 상처는 내부에서 공격을 시작합니다. 트로이의 목마처럼. 내부에서 내부를 공격하는 것, 자기가 자기를 공격하는 것. 이것을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정말로 의학적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자가면역질환의 대부분은 심리적 기원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가짜 웃음은 슬픈 가면입니다. 

속은 웃지도 않는데 웃을 수밖에 없는 탈을 쓰고 광대짓을 하고 있는 격입니다. 틈만 나면 매 순간을 웃음으로 채우려는 마음의 처음 의도는 아프지 않으려는 것이었겠지요. 그로 인해 마음은 점점 더 아파지고, 몸도 아파질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요. 


감정에는 좋고 나쁜 것이 없습니다. 

옳고 그름도 없습니다. 감정은 감정일 뿐입니다. 그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날 때 가짜 웃음 같은 것은 없겠지요. 웃기지 않을 때는 웃지 않는 것이 진실함이지요. 속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이 없을 때 웃지 않는 진실함이 있다면 정말 웃고 싶을 때 그 진실함이 제대로 무게가 실릴 것입니다. 그러면 그 진짜 웃음만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은 마음이 아플 일도 상당히 없을 것입니다. 몸도 그럴 것입니다. 사회생활도 그렇겠지요. 


웃으면 복이 오는 사람은 웃기지 않을 때는 웃지 않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진짜 웃음, 진심 웃음을 짓는 사람은 웃을 때마다 복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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