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왠지~
옛날 7080 시대의 느끼한 라디오 DJ 목소리가 생각납니다.
그런 날이 왔습니다.
오늘 아침 상담센터를 청소하고 하늘을 보는데
나뭇잎이 다 떨어진 나무,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가 보였습니다.
겨울이에요.
드디어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어쩐지 요새 마음도 추워지는 거 같았습니다.
몸이 아프기도 했지만 마음에도 쌀쌀한 바람이 불어왔지요.
마음에도 이불을 줄 수는 없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마음을 이불로 돌돌 감싸서 웅크리고 있고 싶었습니다.
겨울을 한가득 느낄 때면 생각하는 게 있습니다.
사람도 겨울잠을 잘 수는 없을까?
동면에 들어가는 곰이 부럽습니다.
긴 시간 겨울의 추위와 깜깜함을 피해서 잠을 잘 수 있다면.
그 잠 속에서 모든 추위와 허기를 면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몇 년 전 어느 날인가부터 겨울잠을 자기로 했습니다.
겨울에는 긴 잠을 자자.
길고 긴 잠 속에서 새봄을 맞이할 때까지는
더 오래 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영혼의 어두운 밤.
이 표현을 처음 듣고서 참 절묘한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무릎을 쳤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에게는 피할 수 없는 고독과 외로움이 있습니다.
그 시간은 겨울이면 왠지 더 분명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따뜻한 공간에서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그들과
그러지 못하고 있는 나.
혹은 그들 사이에서 있으면서도 느끼는 외로움.
그것들을 더욱 분명하게 느끼게 하는 시간이 겨울입니다.
겨울이 본래 춥기도 한 까닭도 있지만
그런 까닭에 더욱 뭉쳐서 서로에게 온기를 전해 주는 시간이기 때문에
내 안의 추위에 화들짝 놀라서
내가 전해 줄 온기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 없을 때
겨울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이번 겨울을 맞이해서
새삼 그 익숙하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충격에 놀라며 생각합니다.
이번 겨울에는 이 고독과 외로움을 어떻게 씹을까?
실컷 씹은 뒤에 내뱉은 그것은 어떤 봄의 향기를 낼까?
영혼의 어두운 밤을 한 번만 지나는 게 아니고
매년 매 겨울에 지난다면 내 영혼에 어떤 향기가 날까?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다가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습니다.
그 앙상한 가지도 내년 봄이면 다시 푸르러질 테고
여름에는 온통 푸르름으로 자신을 다시 뒤덮겠지요.
선뜻 놀라운 겨울이 다가왔지만
또한 그것을 알기에 나는 겨울잠을 더 편안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은 어떤 겨울을 맞이하고 있나요?
겨울밤에 피할 수 없는 당신의 내면에는 무엇이 담아 있나요?
이 겨울이 끝난 뒤에 당신은 또 어떻게 달라질까요?
우리가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간직하고 살 수 있기를.
이번 겨울잠을 아주 잘 잘 수 있도록
당신과 나에게 소생하는 봄의 기운을 미리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