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눈물은 진심을 담고 있어요.
눈물이 났습니다.
아침부터 청소를 하면 가끔 눈물이 납니다.
청소가 힘들어서 눈물이 나는 것은 아니고
(물론 그럴 때도 아주 가끔 있긴 합니다)
눈물이 나는 진짜 이유는 온갖 상념이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간의 후회와 반성들,
지금 내가 처한 현실,
이 시점 이 자리에 머물게 된 연유 같은 것들을 생각하다 보면
왈칵 눈물이 나기도 해요.
왜 그땐 그렇게 하지 못했지.
왜 지금 여기까지밖에 오지 못했지.
그러면 진심으로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제발 오늘은 조금만 더 잘 살게 해 주세요.
눈물은 진심을 담고 있습니다.
피할 수 없는 진심을 담아
눈물을 흘리며 묵묵히 청소를 끝냈어요.
청소를 하고 나서 컴퓨터를 켜니
월드컵 결승 결과가 나와 있었습니다.
"아르헨티나 우승"
심장이 두근거리며 괜히 또 눈물이 났습니다.
진심이었습니다.
아르헨티나가 우승하기를.
메시의 전설이 완성되는 것을 보고 싶었습니다.
어찌나 진심이었는지 괜히 내가 보면 질 것 같은 생각에
한동안 월드컵을 대한 소식을 유심히 보지 않았습니다.
사실은 음바페를 앞세운 젊고 싱싱한 프랑스를 이길 수 있을지 회의감도 들었고요.
게다가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위해, 메시를 보호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에서 수백 명의 마녀가 한 마음으로 주문을 외우고 주술을 부리고 있다는 뉴스에
기가 찼습니다. 오히려 마가 끼고 부정탈까 봐 걱정도 된 것이지요.
우리는 보통 안 될 일에 더 간절해지잖아요.
안 될 일에 간절함을 품는다,
이 명제가 제발 틀리길 바랐습니다. 진심으로.
그런데 아르헨티나가 이겼다니.
축구 역사의 전무후무한 능력치를 가진 메시가 드디어 우승했구나.
18세의 나이로 2006년 첫 월드컵 출전한 이후 16년 만의 우승.
파릇파릇한 청년이 이제 백전노장이 되어 거머쥔 우승.
이제 월드컵은 은퇴의 수순이 된 나이, 마지막 월드컵 출전에서의 우승이라니.
이 드라마에 16년을 함께 기원해 온 저로서는
눈물이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득 윤하의 노래가 생각이 나더군요.
역주행 1위로 화제가 된 노래, 사건의 지평선에 이런 가사가 있지요.
"저기 사라진 별의 자리 아스라이 하얀빛 한동안은 꺼내 볼 수 있을 거야."
별은 사라져도 별빛은 남지요.
실제 우리가 밤하늘에 보고 있는 것도 별 자체가 아니라
별이 남긴 빛을 보고 있는 거라고 하잖아요.
수백 광년 떨어진 그 별은 이미 사라졌을지 모를지언정
별빛은 우리에게 생생하게 존재하지요.
또 다른 노래 가사도 생각이 납니다.
"네가 흘린 눈물이 마법의 주문이 되어 너의 여린 마음을 자라나게 할 거야."
눈물이 그런 게 아닌가 해요.
회한을 품고 눈물로 사라지고 지워지는 과거의 끝에
지금의 삶이 눈부시게 빛나는 게 아닐까요.
이미 사라져 버린 것도
아직 남아있는 빛을 간직하며 마음에 품고
수정구슬 같은 눈물을 진심을 다해 닦고 또 닦는다면
희망은 여전히 존재하는 게 아닐까요.
포기하지 않는 한 희망은 있다,
진부한 이 말은 여전히 진리가 아닐까요.
오늘 메시가 제게 알려줬습니다.
난 16년을 기다렸어.
4년마다 패배를 반복하며
매번 눈물을 흘렸지만
새로운 기쁨의 눈물을 흘릴 날은
반드시 오는 거야.
별은 폭발하면서 빛을 남깁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빛을 남깁니다.
눈물도 진심이 극에 달하면 기쁨을 남깁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기쁨을 남깁니다.
그리 믿고 살고 싶습니다.
축구의 신, 메시가 알려준 대로.
당신은 올해 어떤 눈물을 흘렸나요?
그 눈물이 희망의 씨앗을 만들어 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요?
사건의 지평선 너머에서 나도 모르게 나에게 다가오고 있는 희망은 무엇인가요?
오늘 우리 가슴에 빛이 가득하길,
그동안 흘린 눈물이 기쁨이 되어 다가오길 간절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