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으면 당신의 선한 마음 아무도 몰라요.
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오늘 아침도 청소를 했습니다.
열심히 내부 청소를 하고 나서 외부 출입문까지 청소를 할 때면
옆집 할아버지를 만나곤 합니다.
각자 자기 앞마당을 청소하느라
대부분의 경우 인사를 주고받지도 않고
그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기만 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나의 소중한 이웃,
왠지 나의 정겨운 이웃, 옆집 할아버지.
마음으로만 인사를 건네고
오늘 하루도 건강히 잘 보내시라고 기원하곤 했어요.
가끔 인사를 건네도 반응이 없으셨거든요.
조금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크지 않은 목소리로 인사를 해서 그런지
길거리를 쓰는 것에 몰두하셔서 그런지 알 수는 없었지만
반응이 없으니 저도 안 하게 됐어요.
그런데 오늘은 왠지 용기를 내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용기가 제격이다!' 생각하고 인사를 건넸어요.
용감한 인사는 무산되어 돌아왔어요.
그저 묵묵히 땅을 보며 쓸기만 할 뿐인 할아버지.
한 걸음 더 다가가 조금 크게 인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그러나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열중하고 계신 할아버지는
계속 쓸기만 할 뿐이었지요.
다시 한 걸음 다가갔습니다.
'안녕하세요!'
청소에 진심인 할아버지에게는 그 정도로도 소용이 없었어요.
그래서 아예 사적 범위 1m 범위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안녕하세요!'
그제야 얼굴을 보며 할아버지께서 인사인 듯 아닌 듯한 말씀을 하셨어요.
'어 흠.'
제가 환하게 웃으며 목례를 한번 더 했습니다.
기분이 좋았어요.
이렇게 별일 아닌 걸로 기분이 좋을 수 있는데
나는 왜 그동안 속으로만 안녕을 기원했던가.
따지고 보면 부부 상담 장면에서 자주 하는 말이 이렇습니다.
"말하지 않으면 당신의 선한 마음 아무도 몰라요."
퇴근한 남편은 아내의 일거리를 줄어주려고 오자마자 설거지를 하는데
아내는 하루 종일 혼자 있었기에 설거지보다 썰 풀기가 더 중요했기에
남편이 일단 앉아서 자기 얘기를 들어주길 바란다는 흔한 레퍼토리.
그걸 꼭 말로 해서 알려줘야 해요?!
(남편 : 설거지하면 사랑한다고 표현한 거 아니에요?)
(아내 : 대화부터 하자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들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상담사 : 그럼요.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지구별에서 그런 식의 의사소통은 통하지 않아요.
상담실의 흔한 풍경, 나 자신의 조언임에도
깜박 잊고 있었습니다.
나의 축복과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을
할아버지가 알아서 알아들으셨으리라 착각하고 살았던 거지요.
당신은 어떤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나요?
그 마음을 지금까지 어떻게 표현해오고 있나요?
그것을 말로 직접 표현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오늘 당신도 나도
우리의 선한 마음을 말로 직접 표현한다면
세상이 좀 더 환히 밝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