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먼지 같은 나를 꼭 안아줘요.

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by 나무둘

오늘도 서점이자 심리 상담 센터를 청소했습니다.


구정 연휴를 죽 쉬고 처음 문을 여는 날.

왠지 모르게 먼지가 잔뜩 쌓인 느낌이 듭니다.

눈에 보이지 않은 부유물이 공기를 가득 메운 듯한 느낌이 듭니다.


매대를 봐도 책장을 봐도 의자를 봐도

어디에도 먼지가 그렇게 뚜렷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왠지 오랜 세월 봉인되어 있던 지하실을 연 느낌.

(아 그러고 보니 책방이 지하에 있지요.)


어서 빨리 통기가 되라고

문을 활짝 열고 환풍기도 돌립니다.

며칠을 쉬었으니 바닥이 더 반가워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날보다 더 열심히 청소기를 돌립니다.


며칠 안 쓰던 청소 근육도 그만 잠에서 깨라고

운동하듯이 청소를 합니다.

하나 둘, 하나 둘.

아령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느낌으로

더욱 공들여 묵직하게 청소를 합니다.


청소기를 다 돌리고 나서 뿌듯한 마음으로 바닥을 보는데

웬 실뭉치 같은 흰 먼지가 떠다니고 있습니다.


아시죠?

가벼운 먼지의 춤을.


먼지를 잡아보겠다고 손을 뻗는데

먼지는 한 발짝 앞서 도망갑니다.

이제 잡았다 싶어서 손을 뻗으면

내가 쫓는 그 바람결에 먼지는 더 날아갑니다.


이제는 정말 됐다 싶어서 손을 뻗으면

내 손가락 길이만큼 더 날아가는 먼지.

다시 이때다, 하고 잡으려고 했더니

어림없지, 하면서 내뺍니다.


아침부터 먼지랑 실랑이를 벌이고 있으니

나 자신이 조금 웃기기도 했습니다.

저게 뭐라고 못 잡아서 이러고 있나.


다른 전략을 쓰기로 합니다.

대뜸 먼지가 날아가려는 방향으로

먼지보다 앞서 손을 뻗습니다.

먼지의 길목을 차단하고

다가오는 먼지를 맞이합니다.


드디어 포착!

아하 먼지는 이렇게 잡는 거구나.

청소를 하면서 별 걸 다 배웁니다.

떠다니는 먼지를 정확하게 잡아내는 방법.

그것은 앞서 가는 것입니다.


머릿속에 전구가 반짝입니다.

'앞서 간다.'

앞서 가야 하는 것은 먼지 잡기뿐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새 밤마다 자기 전에 하는 게 있습니다.

미래로 앞서 가서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편지를 쓰는 것입니다.

미래의 근사한 내가 되어서 지금의 나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지요.


'너는 지금 앞이 안 보인다고 하겠지만

너는 지금 두렵고 막막하다고 하겠지만

너는 지금 슬프고 외롭다고 하겠지만

지금의 나는 이런 모습이 되었단다.'


그 온갖 '하겠지만' 끝에 행복한 내 모습이 있습니다.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말합니다.

"네 눈에는 지금 그것만 보이겠지만 네 상상 너머에 이런 나도 있어."


내 안의 먼지를 제거하는 방법은

지금의 먼지를 꼭 잡아 털어내는 방법은

내 인생을 앞서 가서

미래에서 지금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미리 미래에 가서

내 미래를 바라보고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고

그런 내가 지금의 나를 꼭 붙잡아주는 것입니다.


"괜찮아. 떨고 있지만 괜찮아. 흔들려도 괜찮아. 결국에 너는 이런 내가 될 거거든."


당신은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나요?

도무지 상상할 수도 없는 미래를 그려본다면 당신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요?

그런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뭐라고 할까요?


오늘

먼지 같은 나를 꼭 붙잡아서

하루를 잘 살아 보려고 합니다.


당신도 나도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나를 상상해 보고

미래의 내가 지금의 흔들리는 나를 붙잡아주고 안아 주는

그런 모습을 그려 보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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