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오늘 아침은 좀 주춤했습니다.
새벽 4시 좀 지나 일어나서
3시간 동안 책을 읽었더니 정신이 멍했습니다.
몸이 움직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에 아직 안착되지 않은 책 내용을 정리하며
계속 지식을 탐닉하려는 게으름.
지적 허영은
엉덩이를 떼지 않으려는 고도의 술수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위험 신호다!
반드시 움직여야 해!
다행히 뇌의 비상경보가 울려
냉큼 일어나 밖으로 나갑니다.
우와, 이게 세상이라니.
만발한 흰 벚꽃 사이로 금빛 얼굴을 내민 햇살을 보며
감탄하고 맙니다.
오늘 내가 이걸 놓칠 뻔했구나.
지하 공간에
내 몸 가득 묻은 봄바람을 불어넣습니다.
페브리즈 광고에서나 보던 장면처럼
내 몸에서 꽃향기가 뿜어져 나와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청소 주제곡은 Air Supply.
오호라, 내가 산소 공급자였습니다.
이 지하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산소 공급자,
봄바람을 타고 꽃향기를 전해주는 나는야,
아침 청소를 하는 주인장.
오늘따라 귀에 감기는 가사가 있습니다.
사실은 영어가 짧아서 그 부분만 유난히 잘 들립니다.
I can wait forever.
나는 영원히 기다릴 수 있습니다.
봄을 기다리고 희망을 기다릴 수 있습니다.
맑고 상쾌한 공기를 뚫고 오는 금빛 아침 햇살을 기다릴 수 있고
추위와 어둠을 지나 꽃망울 터지는,
반드시 오고야 마는 봄소식을 기다릴 수 있습니다.
아 그렇습니다.
희망은 도처에 널린 것입니다.
내가 기다릴 줄만 안다면.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활자를 붙들고
계속 생각에 빠져 있지만 않다면.
어두운 지하에 금빛 햇살과 꽃향기를 전할 줄 아는
스스로 희망을 발견하고 봄소식을 전할 줄 아는
누군가에게 선물이 되어 주는 나 자신.
나는 나를 새롭게 발견합니다.
혹시 당신도 누군가에게 선물이 아닐까요?
당신 삶에서 자기도 모르게 꽃향기를 내고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당신에게서 그 선물을 받고 있는 이는 누구일까요?
오늘은 어떤 당부도 요청도 은근한 교훈도 남기지 않고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바로 희망이야.
내가 바로 꽃망울 터지는 봄소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