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아침 일찍 서점에 들어가려는데
어여쁜 아가씨가 지나갑니다.
예쁘게 화장한 얼굴.
멀리서도 눈에 뜨이는 몸매.
그리고 몸에 착 달라붙은 교복.
그녀는 아마 고등학생인가 봅니다.
이 요란한 심사를 어찌해야 하나 잠시 생각합니다.
예쁘긴 한데 꼭 예쁘다고 할 수는 없는 이 복잡한 마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벚꽃이 만개해 있습니다.
벚꽃 사이로 황금빛 햇살이 비춥니다.
그 얼굴보다 예쁘다,
훨씬 덜 요란하고 훨씬 더 아름답구나,
생각이 듭니다.
건물 안에 들어와 청소를 시작합니다.
두껍게 화장한 얼굴과 팝콘처럼 피어난 벚꽃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아름다우려 애쓴 흔적,
덧칠을 벗겨내는 것이
청소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청소를 할 때는
먼저 어제의 흔적을 제거합니다.
어제 있었던 프로그램 후 남은 흔적, 부산물을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바닥에 흩날린 꽃씨도 다 어제의 영광일 뿐입니다.
예쁘고 다채롭게 치장했던 테이블, 먹거리, 활동 도구 등을
원 상태로 돌려놓습니다.
얼굴의 화장을 벗겨내듯이
어제의 화려함을 지웁니다.
원래 있던 자리에 돌아간 사물과 공간.
거기에는 넉넉한 그리움이 있습니다.
호젓한 정취 같은 것이 있습니다.
은은한 고요함이 있습니다.
마치 텅 빈 공간에 작은 난초의 향이 가득하듯.
아무것도 없는 듯 하지만 분명히 있습니다.
본질적인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나는 생각합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속살에 있어.
벚꽃도 기어이 자기의 속살을 꺼냈기 때문에
화장한 얼굴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아름다운 거야.
꽃망울이 터지는 것은
자기 상처를 꺼내는 것과 같아.
자기 상처를 스스로 터뜨리는 거지.
내부 깊이 있는 진솔함을 꺼내는 거야.
속살을 꺼낼 때에만 아름다움이 극에 달하는 거야.
나는 청소를 하며
이 공간의 속살이 드러나게 합니다.
본연의 아름다움을 그 무엇도 해치지 않도록.
이곳만이 가진 진실함을 꺼내고 풀어놓습니다.
나는 나의 내면도 바라봅니다.
내 몸과 마음에 덧칠한 것이 없는지 돌아봅니다.
긍정적인 화장이든 부정적인 치장이든
나의 본질을 가리는 것은 없는가.
간혹 한 번씩 만나는, 내면의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애써 숨기고 살지는 않는가.
가장 깊은 그 황홀한 아름다움이 드러나도록
내가 지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당신의 속살은 무엇인가요?
그 속살을 무엇으로 꾸미고 있나요?
아름답게 꾸민 탓에 가려진 당신만의 아름다움은 무엇인가요?
오늘은
내 안의 제거해야 할 것,
깨부수고 터뜨려야 할 것,
드러나고 만개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가만히 내면을 바라보려 합니다.
나만의 속살이 꽃망울 터뜨리도록
하얀 벚꽃 사이를 꿰뚫은 황금빛 햇살처럼
내면의 숨은 아름다움을 응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