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새벽에 나오니 바닥이 젖어 있습니다.
비가 벌써 다녀간 모양입니다.
오늘은 청소가 쉽겠군,
생각하며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비가 오면 먼지가 덜 날리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웬걸요.
먼지는 오늘도 건재합니다.
희한하게도 다른 날보다 눈에 띄게 잘 쓸립니다.
어허, 헛웃음이 나면서 먼지의 생존력에 감탄합니다.
신나게 먼지를 쓸다가 가만 보니
먼지의 생존력이 어디서 왔는지 알 것 같습니다.
매일 쓸리고 사라지면서도
매일 살아서 꼼지락거리는 먼지.
나의 빗자루질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늘도 자기 존재를 유감없이 드러내는 먼지.
먼지는 늘 하루살이입니다.
딱 하루를 사는 먼지의 삶.
빗자루질을 하느라
원래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겸손해지면서 더 깊이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먼지만도 못한 인생살이.
'하루'를 제대로 살지 못하는 인생살이.
'하루'도 생生 자체에 전념하지 못하는 인생살이.
나의 하루도 먼지 같으면 좋겠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생각을 합니다.
청소를 하다 말고
하루를 살 줄 아는 먼지에 탄복하며
난데없이 시상이 저절로 터져 나옵니다.
-먼지의 하루살이에 부쳐
매일 태어나고 매일 죽는 삶
과거의 짐이여
매일 밤 홀연히 다 사라져라
미래의 희망이여
매일 아침 언제나 새로 태어나라
그대 불멸의 생명력은
매일 다시 태어나기 때문
매일 한결 같이 죽기 때문
매일 아침이면 피고
매일 저녁이면 지는
무궁화처럼
어제의 죽음을
오늘의 생명으로
재탄생시키는 그대
영원무궁한 그대 삶의 향기
온 천지에 가득하여라
오늘 하루의 삶
시를 적으며 생각합니다.
인류사의 아주 유명한 선지자도 이렇게 말씀하셨지.
그날의 수고는 그날로 충분하다.
좋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하자.
그날의 고통은 그날로 충분하다.
오늘의 고통은 오늘로 끝장이다.
그날의 기쁨은 그날로 충분하다,
오늘의 기쁨은 오늘로 완전하다.
올레!
당신은 오늘 어떤 기쁨을 맛볼 예정인가요?
당신은 오늘 어떤 고통을 끝낼 작정인가요?
기쁨도 고통도 그날그날 완전한 삶은 어떤 맛일까요?
개똥밭에 뒹굴듯
이승의 하루를 남김없이 살다가
아무 미련 없이 떠나는 먼지를 쓸며
오늘 나의 하루살이를
산뜻하게 새로이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