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상담사가 상담사에게 마음으로 남기는 답장
어차피 보내지 않을 편지니 솔직하게 적어 봅니다.
선생님을 처음 본 순간, 나의 혼란스러웠던 청춘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았어요.
겉으로 풍기는 진지함, 조용한 말씨와 자세.
그러나 안으로는 떨고 있음이 분명한 듯 보이는 어설픈 고요함.
계속 뭔가를 탐색하고 있고 추구하는 듯한 눈빛이 그 잔잔한 기복 없어 보이는 언행에도 엿보였지요.
어딘가 정착하고 싶으면서도 늘 멀리 떠나고 싶어 하는 배 한 척 같았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큰 바다로 나가기에는 아직 한참은 더 리모델링이 필요한 그런 배 말이지요.
그래요. 조르바는 나도 참 인상 깊게 읽은 책이에요.
영화에서도 안소니 퀸이 소설 속 캐릭터를 잘 살렸지요.
나 때는 조르바가 지금처럼 유행은 아니었지만.
자기가 정한 바대로 혼신의 힘을 다 쏟는 인물은 늘 매력적이지요.
선생님도 그래서 상담에 온 거겠죠?
내 책을 읽어 보셨다니 이미 아시겠지요.
내가 살아온 혼란스러웠던 청춘 이야기에 동질감을 느끼고 나를 찾아왔으리라 생각해요.
덕분에 나의 오래된 과거도 이 참에 다시 꺼내 보내요.
이왕 조르바 이야기를 꺼내셨으니 한 말씀드리고 싶네요.
우리가 어차피 상담에서 숱하게 이야기하게 될 터이지만.
선생님은 조르바가 될 수 없습니다.
조르바는 조르바식으로 고통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고,
선생님은 선생님의 방식으로 고통을 받아들이겠지요.
나의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나의 고통을 살아내는 기술이야말로 이 상담 여정을 가리키는 지표가 될 것 같군요.
내가 선생님의 고통을 없애지는 못합니다.
그 고통을 다르게 씹어 먹는 -삼키든 뱉든- 법을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겠지요.
우리 함께 그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요.
나의 옛 친구를 만나는 느낌이 들어 한편 무척 반갑네요.
내 경험상 상담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내담자들이 한참 뒤에 돌아와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때 왜 조금 더 권유해주시지 않았어요? 조금만 더 붙잡아 주셨다면……"
너무 설익었을지 모른다는 그 생각에 더 마음이 가네요.
우리 그 이야기를 더 나누어 보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아래 편지에 대한 답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