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라 느슨해졌다.
어젯밤에 늦게 자고 거의 7시가 다 되어서 일어났다.
기상 직후 명상 시작.
어제 과식을 한 탓에 배에서 계속 소리가 난다.
절제하려고 하면 어느 날은 식욕이 더 폭발하고 만다.
어제 저녁도 딱 그런 날.
밥을 먹고 난 후에도 괜히 이것저것 먹다가
성이 안 차서, 아직 덜 만족스럽다는 이유로 빵과 과자를 더 집어 먹었다.
분명 혀를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배가 불편해질 때까지 계속 먹었다.
마음이 꼭 심술을 부리듯.
그 여파로 명상 내내 뱃속이 불편했다.
꾸르륵거리는 소리가 심하고 당장이라도 화장실에 가야 할 것 같았다.
20분 정도 지났을 때에는 가족들이 다 깨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기침 소리, 감기 걱정하는 소리, 호들갑 떠는 소리에 주의를 잠시 빼앗겼다.
하지만 의식은 의외로 쉽게 내 몸으로 다시 돌아왔다.
소리와 의미가 분리된 어제의 명상 경험 덕분에 더 수월했던 듯하다.
그쯤 뱃속의 소리에도 둔감해졌다.
그리고 통증도.
소리가 귀에 거슬리지 않자 기분이 상쾌해졌다.
밝은 마음으로 더 집중해서 몸을 계속 훑어 나갔다.
배가 아파서 더 이상은 못 견딜 것 같았는데
좀 더 자리를 지키자는 마음을 내고 앉아 있자
신기하게도 배 아픔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불편함은 있으나 아프지는 않았다.
알아차림이 유지되는 게 신기했다.
장애가 있어 수행에 매진하게 된다는 말씀이 떠올랐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야 할 것 같이 급한 배변감이 사라지다니.
더럽지만 유쾌하다.
감각에도 마음에도 어떤 불편감이 일어나지만
그게 내 것이 아니라는 자각이 들었다.
나의 것이 아닌,
나와 무관한 것들.
본성적인 가치가 없는 것들.
단지 감각으로만 존재하는 것들.
잠깐이라도 초연하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어 기쁜 마음이 들었다.
선명한 알아차림, 명료한 의식 속에 이마 위로 빛이 드는 느낌도.
40분 명상 끝.
알람이 울리자 갑자기 복통이 다시 심하게 시작됐다.
급히 화잘실로 가며 잠깐 아침 명상을 돌아봤다.
의식은 참 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