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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명상수행. 소리와 의미의 끊어짐

by 나무둘

어젯밤에는 명상을 10분 늘려봤다.

별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50분 명상도 짧게 느껴졌다.

확실히 일상에서의 명상은 집중력이 덜하다.

그래서 몸 전체를 훑는 작업이 간간이 끊기고

다시 시작하고 다시 시작하니, 공연히 앉아있는 시간만 늘어난다.


앞으로 밤 명상은 점차 더 늘려 1시간을 유지하도록 한다.

세파 찌든 때를 벗기고 더 공들여 정화하자.


오늘은 토요일이라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6시 기상.

세수하고 곧바로 시작해서 50분 좀 덜 되게 명상을 했다.


예비작업으로 하는 생각 점검.

경이로움, 경건함, 내려놓음.

마음을 모으다가 딴 생각에 빠져 헤맨다.


곧이어 부엌에서 새벽 배송 박스를 뜯는 소리가 난다.

금세 그칠 줄 알았는데

박스를 계속 뜯고 물건을 정리하는 소리가 계속된다.


위빠사나는 틀렸다 싶어서 자애명상을 한다.

세상 모든 존재의 기쁨, 생명, 평화, 일치, 조화를 기원하다가

다시 소리에 의식을 뺏긴다.

자애명상도 틀렸다.

관찰하기로 한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신경질.

이 고요한 아침에 그걸 꼭 해야 하냐는 생각.

어깨와 얼굴 쪽으로 올라오는 긴장감.

불쑥 일어나서 다가가 쏘아붙이고 싶은 충동.

입에서 씰룩거리는 반응.


차례로 관찰한다.

단지 관찰만 한다.

내 몸과 마음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알아차린다.


소리를 듣는다.

소리를 듣기만 한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반응에 반응하지 않고 듣는다.

금방이라도 자리를 뜨고 가서 말하려는 마음이 일어나지만

그냥 지켜본다.


문득 소리와 의미의 연결이 끊어진다.

소리는 소리일 뿐.

내 명상을 방해하기 위해 나는 소리가 아니다.

나를 화나기 위해 소리를 내고 있는 게 아니다.


뭘 그리 정리할 게 많은지 아침의 고요를 다 깨고 소리가 계속 나지만

갑자기 소리가 그냥 소리로 들린다.

의미, 해석을 잃는다.


의식이 맑아진다.

시끄러움은 아까와 똑같지만

마음은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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