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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명상수행. 간장맛 치킨과 치킨맛 간장

by 나무둘

이것은 위빳사나인가.

자애명상인가.


간장맛 치킨인지

치킨맛 간장인지

구분이 안 되는 명상을 했다.


평소에 하던 명상이 아닌 명상을

5박 6일 동안 집중했더니 그 흔적이 역력하다.


40분 동안 이도 저도 아닌 명상을 하며 헤맸다.

호흡에 집중했다가 자비와 사랑을 느꼈다가

지도자과정의 사람들과 경험에 떠올랐다가

기억은 다른 기억을 불러와서

일상의 걱정거리에 빠져들었다.

정신이 산만하게 오고간 셈.


차라리 몸을 스캔하면 낫겠지 싶어서

몸을 훑어 내려가다가 건성건성

의식은 맑게 깨어있지 못하고

어느새 다시 기억과 걱정 속에 빨려 들어갔다.


후반부로 가면서 조금 안정이 되긴 했지만

이걸 명상을 했다고 할 수 있는지 부끄러운 심정이었다.


호흡을 할 때는 호흡만.

자애에 집중할 때는 자애에만.


명상에서만큼은 정말 섞어찌개처럼 하면 안 된다.


일념집중.

한 가지 명상법으로 한 가지 주제에 몰입하자.


웃긴 건 명상이 끝나고 나서

방금 전 명상을 돌아보고 글을 적으면서

오히려 더 고요한 의식의 흐름에 들어갔다는 점.


앉아서 폼 잡을 때

맑게 깨어나는 게 아니다.

순간순간 맑고 향기롭게 존재하는 것이

진짜 명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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