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명상에서는 50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체감상 20분 정도 했을 때 알람이 울렸다.
참 편안하고 고요했다.
고도로 집중되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내 경험상 마음이 확 열려 있는가 아닌가의 차이에서 온다.
마음이 확 열려 있다는 것은 어떤 상태인가?
머릿속에 어떤 한계감에서 자유로울 상태이다.
나의 정체성이 나를 포위하고 장악하고 있지 않을 상태이다.
명상을 해서 그렇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명상을 하기 전에 그 상태로 시작을 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명상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앉아서 신선놀음하는 것일 뿐.
나는 상담사인가?
나는 상담사가 아니다.
상담사가 되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다.
태어날 때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
태어나기 전에도 존재했던 나는
내가 상담사이든 아니든 관심이 없다.
내가 상담사로 산다고 해서
내가 상담사인 것은 아니다.
'상담사로 사는 나'는 진짜 내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굴레, 한계, 구속이다.
그 지점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명상은 시작되지 않는다.
다른 어떤 정체성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누구인가?
답을 하는 순간 나는 명상할 수 없다.
질문만이 살아있을 때 나는 이미 명상 중이다.
명상을 하다 보면 건물 여기저기에서
쩍쩍 갈라지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마치 방 전체가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켜는 듯하다.
내 존재와 감응하기라도 하듯이.
오늘 새벽에는 나만의 명상법으로 접근했다.
일명 '아무도 아닌 나로 시작하기'.
곧 일련의 체계가 잡힐 듯하다.
나라는 게 아무것도 아니니
살아있다는 게 기적이다.
삶 자체가 축복이다.
참으로 감사하다.
늘 그 지점에서 시작하자.
일상에서도 순간순간 그 지점으로 돌아가자.
삶을 경이로 물들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