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을 하다가 알람이 울린다.
알람이 너무 일찍 울렸다는 생각이 든다.
이어서 생각한다.
'명상이나 계속하고 싶다.'
앉아서 숨 쉬고 있으니 얼마나 편한가.
그냥 숨이나 쉬고 싶은 거다.
아무 생각 없이
아무 걱정 없이
아무 할 일 없이
이 고요함이 참 좋다.
어떤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명상이 독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
현실을 외면하고 싶을 때
그냥 방구석에 틀어앉아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명상은 삶에서 도망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일상의 번잡한 일에 쫓기고 싶지도 않지만
일상을 내던진 대가로 다음에 더 큰 파도가 오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회피하고 싶은 마음.
외면하고 싶은 마음.
차단하고 싶은 마음.
이런 마음의 씨앗에서 발아한 명상은
서서히 삶에 독이 스미게 한다.
고요하고 편안한 듯 하지만
서서히 나태함에 빠지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삶의 의지를 꺾고 생의 불꽃을 잃게 만든다.
이 명상은
삶을 죽이는 명상인가.
삶을 살리는 명상인가.
진정한 명상은 일상을 뜨겁게 데운다.
천지에 타오르는 생명의 불꽃이 내면에 이어 붙는다.
살고 싶고 살리고 싶은 염원으로
예리하게 섬세하게 송곳처럼 삶을 꿰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