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1 명상수행. 명상이 독이 된다.

by 나무둘

명상을 하다가 알람이 울린다.

알람이 너무 일찍 울렸다는 생각이 든다.

이어서 생각한다.

'명상이나 계속하고 싶다.'


앉아서 숨 쉬고 있으니 얼마나 편한가.

그냥 숨이나 쉬고 싶은 거다.

아무 생각 없이

아무 걱정 없이

아무 할 일 없이

이 고요함이 참 좋다.


어떤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명상이 독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

현실을 외면하고 싶을 때

그냥 방구석에 틀어앉아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명상은 삶에서 도망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일상의 번잡한 일에 쫓기고 싶지도 않지만

일상을 내던진 대가로 다음에 더 큰 파도가 오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회피하고 싶은 마음.

외면하고 싶은 마음.

차단하고 싶은 마음.


이런 마음의 씨앗에서 발아한 명상은

서서히 삶에 독이 스미게 한다.


고요하고 편안한 듯 하지만

서서히 나태함에 빠지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삶의 의지를 꺾고 생의 불꽃을 잃게 만든다.


이 명상은

삶을 죽이는 명상인가.

삶을 살리는 명상인가.


진정한 명상은 일상을 뜨겁게 데운다.

천지에 타오르는 생명의 불꽃이 내면에 이어 붙는다.

살고 싶고 살리고 싶은 염원으로

예리하게 섬세하게 송곳처럼 삶을 꿰뚫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31 명상수행. 나는 상담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