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게 자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지 못했다.
아침부터 일정이 있어 짧게 10분 명상을 했다.
10분.
이제는 정말 짧게 느껴지는 명상시간이다.
잠시 주춤거리며 앉은 자리에서 꿈지럭거렸다.
쉽게 일어나지 않고 시간이 더디 가길 바랐다.
이 자리에서 모든 정신작용이 종결된다면 좋으련만.
아침부터 있었던 일정은 허탕이 됐다.
명상 모임이 취소된 줄도 모르고 오고 가는 시간을 괜히 1시간 넘게 썼다.
그렇다면 운전을 한 시간은 명상인가 아닌가.
거리에서 허비한 무의미한 시간인가.
그때도 오롯이 존재한 시간인가.
법문을 들으며 오가며 예전 집중명상의 흥취가 다소 살아나긴 했다.
티 없이 맑고 투명한 의식 상태가 그립다.
마음의 고향이란 그런 게 아닐까.
더 나아갈 데 없이 완전히 도착한
마음이 종결지어지는 그 자리.
집에 돌아와서 다시 40분 명상을 시작했다.
가족들이 들락거리고 말을 거는 바람에 20분 정도에 끊겼다.
중도 이탈된 명상을 붙잡고 5분을 더 유지하다가 마무리했다.
20분간 나는 무엇을 한 걸까.
이것도 명상일까.
오늘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는 명상을 돌아본다.
명상에 실패한 것 같으나...
명상의 실패 운운하는 것 자체가
명상이라는 상을 지었음을 깨닫는다.
명상이 따로 있고
일상이 따로 있을 때
그 명상이 과연 '명상적'인가.
명상을 분리하려던 내 마음.
거기에 명상은 없었으니
실패할 명상도 없다.
'실패할 수 있는 명상'은
명상이 아니다.
명상은 실패할 수 없다.
명상을 하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