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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명상수행. 명상에 실패하기

by 나무둘

어제 늦게 자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지 못했다.

아침부터 일정이 있어 짧게 10분 명상을 했다.


10분.

이제는 정말 짧게 느껴지는 명상시간이다.

잠시 주춤거리며 앉은 자리에서 꿈지럭거렸다.

쉽게 일어나지 않고 시간이 더디 가길 바랐다.

이 자리에서 모든 정신작용이 종결된다면 좋으련만.


아침부터 있었던 일정은 허탕이 됐다.

명상 모임이 취소된 줄도 모르고 오고 가는 시간을 괜히 1시간 넘게 썼다.

그렇다면 운전을 한 시간은 명상인가 아닌가.

거리에서 허비한 무의미한 시간인가.

그때도 오롯이 존재한 시간인가.


법문을 들으며 오가며 예전 집중명상의 흥취가 다소 살아나긴 했다.

티 없이 맑고 투명한 의식 상태가 그립다.

마음의 고향이란 그런 게 아닐까.

더 나아갈 데 없이 완전히 도착한

마음이 종결지어지는 그 자리.


집에 돌아와서 다시 40분 명상을 시작했다.

가족들이 들락거리고 말을 거는 바람에 20분 정도에 끊겼다.

중도 이탈된 명상을 붙잡고 5분을 더 유지하다가 마무리했다.

20분간 나는 무엇을 한 걸까.

이것도 명상일까.


오늘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는 명상을 돌아본다.

명상에 실패한 것 같으나...

명상의 실패 운운하는 것 자체가

명상이라는 상을 지었음을 깨닫는다.


명상이 따로 있고

일상이 따로 있을 때

그 명상이 과연 '명상적'인가.


명상을 분리하려던 내 마음.

거기에 명상은 없었으니

실패할 명상도 없다.


'실패할 수 있는 명상'은

명상이 아니다.


명상은 실패할 수 없다.


명상을 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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