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명상수행. 앉은자리를 뜨면 명상이 시작된다.

by 나무둘

오늘 새벽에는 비몽사몽 간에 명상을 했다.

잠자리를 떠나기 싫어서 이부자리 위에서 명상 30분.

명상이라 하기 부끄러운 명상.

거의 혼침 속에 헤맨 듯하다.


애초에 이부자리를 떠나지 않은 정신이

성성하게 빛날 리 없다.

흐릿한 의식으로 단지 앉아있는 것.

깨어 있으나 깨어 있다고 하기 민망한 상태.


그 상태로 30분이 지났다.

참 빠르게 지나갔다.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자리에 다시 누웠다.

그러니 사실 이건 명상이라 할 수 없는 지경.

몸만 일으켜 놓았을 뿐 정신은 누워 있었던 것이다.


그대로 누우니 이불 안이 참 따듯하고 포근했다.

세상 이런 안락함이란.


아침에 정말로 기상한 후에 돌아봤다.

적어도 이미 지난 일로 후회하는 경향은 줄었구나.


그럼 이제 어쩌지? 뭘 어떻게 할까?

하루가 바쁘게 시작되고 오늘 중 다른 명상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하나씩 할 일을 처리를 해 나가면서 다음 명상을 기약했다.


그러다 든 생각.


다음 명상?

이번 생 말고 다음이라는 게 있나?


아차 하며 일상이 명상이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

즉시 움직임을 알아차리는 명상으로.

순간순간 감각을 알아차리는 명상으로.

그 알아차림을 놓칠 때면 그런 나를 자비로 품으며.


명상을 했다.

앉아서 헤맬 때는 차마 하지 못했던 명상을.


호흡이 느려지고 빨라지는 것을 느끼며

계단을 오르내리며 왼발 오른발의 접촉을 느끼며

아픈 무릎에 실리는 하중에 자비와 연민의 마음을 보내며


살아있는 것은 움직인다.

움직이고 변하는 것만 알아차릴 수 있다.

알아차림은 생명현상의 자각이다.

알아차림은 살아있음이다.


앉은자리에서 부동자세로

거의 동면에 들어간 의식으로

명상에 죽을 쑤고 나서 알게 됐다.


앉은자리를 뜨면 명상은 비로소 시작된다.

살아있는 모든 순간이 명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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