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불 안에 빈둥거리다가 5시에 일어났다.
바로 새벽 명상 시작.
이미 시간을 까먹은 터라 30분만 하려다가
알람이 울린 채 더 머물렀다.
40분 정도 진행.
상쾌하게 일어나서 그런지 명상 처음부터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호흡에 몇 번 집중하다가 바로 위빳사나로 들어갔다.
위빳사나에 들어가자 오히려 집중력이 들쭉날쭉해졌다.
머리부터 가슴 윗부분까지는 관찰이 수월하다가 딴생각으로 샜다가
하체로 진입하면서 다시 의식을 곧게 바로 잡고 면밀히 관찰을 하다가
허벅지에서 무릎 아래로 내려가면서 다시 집중을 잃었다가 돌아오길 반복했다.
역시 아주 예리한 의식을 유지하는 게 일상에서는 참 어렵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집중명상을 할 때는 아주 잘 될 때가 있는데 그건 그 공간과 수행자들이 함께 공명하기 때문이리라.
그래도 이런 집중력의 차이를 관찰할 수 있는 의식이라면 양호한 것이다.
어떤 때는 헤매는 줄도 모르고 계속 헤매고 있으니.
다행히 정신의 흐름을 관찰할 수 있는 의식이 되니
그 의식 상태를 점검하면서 명상을 했다.
메타인지의 메타인지.
생각과 기억이 오고 가는 걸 바라보는 내가 있고,
그 나를 관찰하는 주시자가 있고,
그 주시자 배경에 텅 빈 공간이 있다.
내가 사는 이곳을 벗어나
마을, 도시, 한국, 지구별을 떠나
태양계와 수많은 별들이 모여 있는 은하계,
그 수많은 별들이 모인 은하계가 또 수없이 많이 있는 우주 공간.
그곳을 주시하는 나.
나는 이 거대한 우주에 티끌 같은 몸 하나에 불과하다.
동시에 이 거대한 우주를 통째로 관할 수 있는 의식이다.
나는 누구인가?
질문을 공간에 밀어 넣고 관하고 또 관한다.
그저 공간에 머무른다.
문득 30분이 되었다는 직감이 들었다.
5초도 지나지 않아 알람이 울렸다.
이대로 끝내기는 참 아쉬운 명상.
더 앉아있으면서 자애 명상으로 마무리하자고 생각했다.
자애 명상을 하면서 처음에는 따듯한 기운이 좋았지만
어느 순간 나에게 상처를 준 존재를 용서하려는 문구를 되뇌다가
어떤 단어들에서 턱 막혔다.
순식간에 미움, 분노 등 상처 입은 마음이 머리를 차지했다.
아 온 우주를 떠돌고 텅 빈 공간에서 바라보면 무엇하는가.
이 마음 하나 어찌하지 못하는데.
잠시 온갖 메타버스들이 한 군데 모인 듯 혼란스러워하며 마음을 안고 있었다.
할 수 있는 것은 없으니 다시 자애의 모든 기운을 나에게로,
나에게로 향하며 이 존재의 평안을 기원했다.
상처 입은 여린 가슴은 아직 활연대오할 수 없다.
옛 위인들의 말을 그대로 떠드는 건 앵무새도 할 수 있다.
명상가가 모름지기 남의 말을 읊어서야 되겠는가.
어떤 애틋한 마음으로 내 가슴에 있는 말을 하자고 앵무새 명상가에게 일렀다.
다 된 명상을 막바지에 망치고는, 자애 명상 같지 않게 스스로를 혼란에 빠뜨리고는,
진정으로 자비와 사랑이 내게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앵무새 명상가는 자기 가슴과 자기 언어를 찾고 있었다.
찾을 것이 없고, 이미 갖고 있는 진리를 침묵 속에 품었다.
그는 아직 사랑과 자비의 품이 그립다.
앞으로도 그럴 테지.